'ABS 판정 조작 피해자' 강인권 NC 감독 "사전 방지 가능, KBO 대처 아쉬워"

스포츠한국 2024-04-16 16:53:53

[창원=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심판진의 ABS(자동투구판독시스템) 판정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강인권(51) NC 다이노스 감독이 사전에 이를 막지 못한 KBO를 향해 아쉬움을 표했다. 

강인권 감독. ⓒ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 ⓒNC 다이노스

NC는 16일 오후 6시30분 경상남도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를 갖는다.

NC는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경기에서 황당한 오심을 겪었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 타석에서 NC 선발투수 우완 사이드암 이재학이 던진 2구째 공이 볼로 판정됐다.

문제는 이 공이 ABS(자동투구판독시스템) 상으로는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승훈 주심은 볼을 선언했다. 볼카운트 0-2가 1-1로 둔갑했다.

경기는 계속됐다. 이재학은 볼 2개를 던진 이후 스트라이크를 투구했다. 볼카운트 3-2.

여기서 강인권 NC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더그아웃에서 ABS 스트라이크 존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에는 이재학의 2구가 스트라이크로 표시되었기 때문.

강 감독의 항의 이후 4심은 모여 이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결과는 번복 없음. 이민호 심판 조장은 “심판에게는 음성으로 '볼'이라고 전달됐다. 하지만 ABS 모니터 확인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 NC 측에서 이를 어필했으나 다음 투구가 시작하기 전 항의해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났기에 원래 볼카운트(3-2)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얼핏 들으면 단순 기계 오류처럼 보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실체는 달랐다.

ⓒSBS SPORTS 중계화면 캡쳐 ABS 판정 관련 회의를 하는 심판진. ⓒSBS SPORTS 중계화면 캡쳐

이민호 심판은 논의 과정에서 ”들리지 않았으면 사인을 줘야 했는데 그냥 넘어갔지 않았냐“라며 ”볼로 들었다고 해라. 빠져나갈 궁리는 이것밖에 없다. 깨지지 않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충격적인 발언이다. 

문승훈 주심이 이후 ”지직거리고 볼 같았다“라고 말하자 이민호 심판조장은 ”같았다가 아니라 볼로 나왔다고 말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심판진의 대화는 중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순항하던 NC 이재학은 이후 이재현에 볼넷, 구자욱에 1타점 적시타, 데이비드 맥키넌에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무너졌다. 안정을 찾지 못하고 4회에도 흔들렸다. 이날 경기 최종 성적은 3.1이닝 6실점. NC는 이재학의 부진 속 삼성에 5-12로 패했다. 심판진의 판정 하나가 경기 결과를 바꾼 셈이다.

강인권 NC 감독은 이날(16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인사위원회가 열렸기 때문에 과정 속에 있는 것을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상황이 나와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강 감독은 이어 “시범경기를 통해 ABS를 진행하면서 태블릿 PC로 전송되는 시간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여러 차례 했다. KBO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시즌이 시작하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일찍 개선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안타깝다. 또 음성 인식 판독을 1주 뒤에 도입한다고 했는데 조금 더 일찍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이후 구체적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 감독은 “처음 육안으로 봤을 때 (이재학의 2구를) 스트라이크로 인식했다. 단, 태블릿 PC에는 투구 내용이 2,3구 정도 지난 후 전송된다.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잘못도 있다. 스트라이크라 인지했었는데 이후 (결과가) 생각과 달라 태블릿 PC를 확인했다. ‘정정할 수 있겠구나’ 싶어 어필했다”라고 말했다. 

이재학. ⓒNC 다이노스 이재학. ⓒNC 다이노스

강 감독은 끝으로 14일 선발투수 이재학에 미안함을 표했다. 강 감독은 “(이)재학이도 그 당시 흔들렸을 것이고 어필이 길어졌기 때문에 리듬도 깨졌을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이)재학이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한편 NC는 이날 박민우(2루수)-서호철(3루수)-손아섭(지명타자)-권희동(좌익수)-박건우(우익수)-김성욱(중견수)-김형준(포수)-오영수(1루수)-김주원(유격수)이 선발 출전한다. 선발투수는 김시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