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칠해진 창원국가산단 상징 尹 표지석 처리놓고 시 '고심'

연합뉴스 2025-04-16 13:00:05

4개월간 검은 천으로 덮여…"협의 또는 공론화로 문제 해결해야"

민주노총, 대통령 친필 표지석에 '내란' 래커칠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앞마당에 설치된 윤석열 전 대통령 친필 휘호 표지석을 두고 창원시가 처리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16일 창원시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난해 12월 10일 '계엄에 대한 분노 표출'이라며 이 표지석에 검은색 스프레이로 '내란'이라는 문구를 칠했다.

이 표지석은 내란 문구 표시 직후인 지난해 12월 11일 검은 천을 씌워 현재까지 가려 놓은 상태다.

시 소유인 표지석은 지난해 4월 창원국가산단 50주년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산업 강국의 요람 창원국가산업단지 2024.4.24.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표지석을 포함해 인근 조형물 설치 등 전체 표지석 부지 조성에 약 7억원이 들었다.

검은 천으로 표지석이 가려진 지 4개월가량 지나고 윤 전 대통령도 파면됐지만, 시에서는 아직 표지석 보전이나 원상복구 또는 철거 등의 명확한 처리 계획은 없다.

시 관계자는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수사 결과와 이후 상황을 보고 존치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친필 표지석에 가림막 설치

내란 문구를 새긴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만큼 표지석을 당장이라도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관계자는 "계엄 선포 등으로 파면된 대통령 표지석을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 앞마당에 두어야 하느냐"며 "하루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현일 국립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표지석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와 표지석을 소유한 창원시 간의 사전 협의나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결정이 나지 않는다면 공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최근 표지석 훼손과 관련해 수사에 들어가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할지 등을 놓고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사건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2015년 7월 세종시 신청사 개청을 기념해 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 친필 표지석도 이듬해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민단체에서 철거 요청이 이어지기도 했다.

철거와 유지를 놓고 찬반양론이 대립하다가 유지 쪽으로 결론이 났고, 현재 이 표지석은 세종시청사 앞에 그대로 있다.

세종시청사 앞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친필 표지석

jjh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