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트랜스젠더가 겪는 현실…소설 '디트랜지션, 베이비'

연합뉴스 2025-04-16 09:00:05

박완호 시집 '나무의 발성법'·뒤라스 소설 '동네 공원'

'디트랜지션, 베이비' 책 표지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디트랜지션, 베이비 = 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트랜스젠더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초로 2021년 영국 여성소설상(Women's Prize for Fiction) 후보에 올라 논란이 됐던 미국 소설가 토리 피터스(44)의 장편소설이다.

트랜스젠더 여성인 에이미는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남성으로 돌아가는 '성환원'(디트랜지션)을 결정하고, 연인 사이였던 트랜스젠더 여성 리즈와 결별한다.

이후 에이미는 '에임스'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돌아가 직장 상사인 여성 카트리나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에임스는 자신이 성전환과 성환원을 거치며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됐을 거라 생각했는데, 카트리나가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에임스는 성 정체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작가 토리 피터스는 트랜스젠더로서의 경험을 살린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는 작품 활동 초기 트랜스젠더 차별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온라인에 글을 무료로 공개하며 입지를 다졌다.

그가 여성소설상 후보에 오르자 일각에선 "여성이 아닌 토리 피터스가 상을 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비채. 528쪽.

'나무의 발성법' 책 표지 이미지

▲ 나무의 발성법 = 박완호 지음.

"그리고는 어느 한순간 잿더미로 남는 / 황홀한 꿈을 꾸기 시작하는 것이다. / 더는 아무것도 발음할 필요가 없는 / 바로 그 찰나, 나무는 비로소 / 한 그루 온전한 나무가 되는 것 // 나-無라고, /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천천히 발음해 본다."(시 '나무의 발성법' 에서)

박완호(60)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이다. 표제작은 씨앗이 새순, 줄기, 가지, 이파리, 꽃송이를 키워나가 온전한 나무가 되었다가 자기 몸을 주변에 내주고 무(無)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처럼 시인은 생명을 그저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해서 바라보기보다 타자와의 관계, 더 넓게는 거대한 물결처럼 끊임없이 순환하는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한다.

해설을 쓴 김효숙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에는 시대가 위독한데도 입을 닫은 채 일신의 아픔에 몰두하는 방관주의자가 될 수 없었던 시인의 목소리가 생생하다"고 짚었다.

"툭하면 욱, 터지기 직전에 머물고 마는 중년만 덩그러니 남고 더 멀고 깊은 곳을 바라보던 나의 반골이 떠나가고 말았다 반골이 비어가는 시인을 떠난 시가 서둘러 시야를 벗어나려 한다"(시 '반골' 에서)

문학의전당. 124쪽.

'동네 공원' 책 표지 이미지

▲ 동네 공원 =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정아 옮김.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의 소설이다.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남성의 대화가 거의 모든 분량을 차지해 소설이 아닌 희곡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원서 출간 이듬해인 1956년 각색을 거쳐 파리 샹젤리제스튜디오에서 연극으로 공연됐다.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차츰 드러나는데, 여성은 보모 겸 가정부 일을 하는 자기 처지를 비관한다. 그는 결혼 상대를 찾아 댄스 클럽에 나가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여긴다.

남성은 집도 없이 가방 하나만 들고 갖가지 잡동사니를 팔러 떠돌아다니는 신세다. 지난날 겪은 불행을 기억하는 남자는 앞날을 계획하거나 희망하지 않고 일상의 조촐한 것에만 만족하며 단조롭게 살아간다.

대화가 점점 두 사람의 내밀한 감정을 향할수록 각자의 사연은 물론 삶에 거는 기대와 욕망도 드러난다.

문학동네. 164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