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충무공 탄신일 앞두고 '교감완역 난중일기' 개정판 나와
'이순신 연구자' 노승석 소장, 한문 쉽게 풀고 최근 조사·연구 반영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은 1592년 1월 1일부터 1598년 11월 17일까지 약 7년을 일기로 남겼다.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그는 해군의 최고 지휘관으로서 보고 들은 사실을 기록했고 당시 기후나 지형, 환경, 사람들의 모습도 글로 전했다. 개인의 일기 형식을 빌린 역사적 기록이다.
"국가를 편안히 하고 사직을 안정시키는 일에 충성과 힘을 다하여 죽으나 사나 이를 따르리라."(1593년 9월 15일 이후 기록 중에서)
후손들이 대대로 보존하며 간직해 온 '난중일기'(亂中日記)는 임진왜란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자료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됐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됐다.
충무공 탄신 480년을 맞아 난중일기의 교감 완역본 개정판(도서출판 여해)이 나왔다. 교감은 여러 판본을 비교 검토해 오류를 교정하는 작업을 뜻한다.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은 "용어와 인명, 지명 등 최근까지 연구된 내용을 반영하고 어려운 한문을 한글로 쉽게 풀어 개정 3판 '교감완역 난중일기'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고전학자인 노 소장은 '이순신 전문가'로 꼽힌다.
40여년 간 초서와 한문을 연구한 그는 성균관대에서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난중일기를 완역하고 방대한 문헌을 고증한 교주본 등을 펴냈다.
충무공 탄신일(4월 28일)을 앞두고 나온 개정판은 최근 연구 성과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자료를 소개한다.
책에는 2022년 일본에서 돌아온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柳成龍備忘記入大統曆-庚子·문화유산 명칭은 한글 맞춤법 기준에 따름)의 일부가 담겼다.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에 오른 문신이자 '징비록' 저자인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대통력은 이순신과 관련한 기록이 발견돼 주목받은 바 있다.
노 소장은 당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의 의뢰를 받아 표지에 쓰여 있는 글자 83자를 해독했고, 이순신의 '전사 기록' 전문을 책에 실었다고 밝혔다.
그는 "노량해전에서 부하들이 이순신에게 '대장께서 스스로 가벼이 해서는 안 됩니다'(大將不宜自輕)라고 말한 내용 등은 이 기록에만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영정과 편지 자료도 주목할 만하다.
150여 년 전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영정에는 '여해진영'(汝諧眞影)이라고 적혀 있다. 여해는 이순신의 자(字), 즉 충무공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을 일컫는다.
언제, 누구에게 썼는지 명확하지 않은 편지는 딸의 혼사를 앞두고 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자료 모두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노 소장은 전했다.
과거 이순신이 지나간 길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느티나무도 책에서 처음 소개한다.
노 소장은 1597년 6월 2일 일기를 토대로 "임진왜란 당시 산청에서 삼가로 가는 유일한 길을 확인했는데 마을 입구에 640여 년 된 느티나무가 서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책은 새로운 일기 36일 치를 수록하고 일부 오류를 바로잡았다. 대표적인 유적 50여 곳의 사진이 실려 있어 이해를 돕는다.
500쪽.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