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영토분쟁' 아제르에 평화협정 서명 촉구

연합뉴스 2025-04-16 02:00:03

파시냔 총리 "민스크 그룹 해체와 평화협정, 동시 서명하자"

최근 국경 충돌 증가…정전 위반 한달새 26건 보고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좌)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우)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에 평화 협정 서명을 촉구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파시냔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평화 협정 문서와 민스크 그룹 해체에 대한 공동 성명을 함께 테이블에 올리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서명하자"고 밝혔다.

민스크 그룹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1992년 결성된 중재 협의체다. 미국·러시아·프랑스가 공동 의장을 맡았으나 현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다.

아제르바이잔이 평화 협정 서명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민스크 그룹 해체를 요구하자 파시냔 총리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동시에 평화 협정도 서명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다만 파시냔 총리는 아제르바이잔의 또 다른 요구 조건인 헌법 개정에는 난색을 보인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 헌법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시사하는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파시냔 총리에겐 이런 개헌은 정치적 자살 행위가 될 수 있다. 파시냔 총리는 개헌은 총선 이후인 2027년에야 가능하다며 그 전에 평화 협정에 먼저 서명하자고 주장한다.

또 아제르바이잔이 자국 영토와 나히체반 자치공화국, 튀르키예를 연결하는 '통로' 제공도 요구하면서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30년 넘게 영토 분쟁을 벌였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지난달 13일 평화 협정 초안에 합의했지만 아직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양국 간 국경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정전 합의 위반 사례는 총 26건이 보고됐다. 평화 협정 합의 이전 5개월 동안 단 3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파시냔 총리는 "아제르바이잔군의 기강 해이 또는 아르메니아 국민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양국이 공동으로 또는 국제적 참여를 통해 정전 합의 위반 사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제르바이잔이 이러한 사례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조처를 할 것을 요구한다"며 "전쟁은 없다. 평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정전 합의 위반 사건에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