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건축가' 가우디, 가톨릭 성인 향해 첫단추

연합뉴스 2025-04-16 00:00:20

교황, 내년 100주기 앞 '영웅적 덕행' 인정해 가경자 선포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스페인의 천재적인 건축가이자 깊은 신앙심으로 '하느님의 건축가'로도 불린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를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절차가 22년 만에 첫발을 내디뎠다.

AFP 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우디의 '영웅적 덕행'을 인정해 그를 시복(諡福) 후보자(가경자)로 선포하는 교령을 승인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가경자는 교황청의 시복 심사에서 성덕이나 순교 사실을 인정받은 '하느님의 종'에게 붙이는 존칭으로, '존경해도 되는 이'라는 뜻이다.

가경자가 된 이들 중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된다.

가우디의 시성(諡聖) 절차를 추진해 온 후안 호세 오멜라 이 오멜라 바르셀로나 대주교는 교황청이 가우디를 가경자로 선포한 것은 "그의 건축 업적뿐 아니라 더 중요한 무언가에 대한 인정"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가우디는 우리 모두를 위한 증언을 남겼다"면서 "그는 우리에게 삶의 어려움과 일, 아픔, 고통의 와중에도 당신은 성인이 될 운명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의 대표 건축물 성가정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가우디 건축물 '카사 밀라'

독실한 신자였던 그는 생전 건축가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후에도 교회 건축 등에 매진하며 수도자와 같은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년을 성가정 성당 건축에 몰두하며 보낸 그는 1926년 성당이 완공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비극적인 전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시신은 성가정 성당 지하 묘지에 안장됐다.

가우디를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은 2003년 처음 시작됐다.

이후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2023년 오멜라 바르셀로나 대주교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를 조직하면서 다시 동력을 얻었다.

가우디의 평생의 역작인 성가정 성당은 1882년 착공한 이후로 100년 넘게 아직 건축 중이다.

성당 재단 측에 따르면 이 성당은 가우디 사망 100주기이자 착공한 지 144년 만인 내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wisef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