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불 자연발화 가능성 없어"…합동감식결과 '실화'에 무게

연합뉴스 2025-04-16 00:00:16

진화헬기 영상분석 결과 괴산리 산불, 묘지서 뒤편 정상 방향으로 확산

경찰, 실화자로 지목된 2명 불구속 입건…구체적 실화 행위 규명 방침

경북산불 최초 발화지서 합동 감식

(안동·의성=연합뉴스) 최수호 김선형 기자 = 역대 최악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은 성묘객 실화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고, 발화 초기 강풍을 타고 야산 정상으로 급격히 번졌다는 당국 합동 감식 결과가 나왔다.

15일 산림·수사 당국에 따르면 합동 감식을 통해 현장에서 확인한 물적 증거와 주변 환경, 신고자 진술,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지난달 22일 오전 경북 산불 최초 발화지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난 불은 성묘객 실화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 났다.

당국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당 야산 주변에 논밭이 없고 민가 역시 멀리 떨어져 있는 점', '불이 시작된 야산 내 묘지로 이르는 길은 평소 사람들이 오가는 등산로가 아닌 점', '산불 발생 당일 낙뢰 등 영향으로 자연 발화할 기상 조건이 형성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합동 감식 중 현장에서는 성묘객 실화를 발화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증거인 라이터와 소주병 뚜껑 등도 발견됐다.

당국은 이번 합동 감식 과정에서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 헬기 영상을 분석해 당시 묘지에서 시작된 불이 강풍을 타고 뒤편인 산 정상 부근으로 급속히 번진 사실도 확인했다.

묘지가 있는 곳은 계곡이라 강한 바람이 자주 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합동 감식 결과 안평면 괴산리 산불 발생 당일 오후 안계면 용기리에서 추가로 난 산불은 농사폐기물 소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 났다.

당국은 안평면·안계면 산불 원인 등 내용을 담은 정밀 감식보고서를 작성해 경북도와 의성군, 경찰, 소방 당국 등과 공유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이번 결과를 토대로 안평면 괴산리 산불을 낸 실화 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밝힐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초조사는 마쳤으며, 합동 감식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면 일정을 조율해 실화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발생해 1주일 만에 꺼진 경북 산불은 최초 발화지인 의성과 인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에서 사망자 26명을 비롯해 역대급 피해를 냈다.

경찰과 산림 당국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또 경찰은 안평면 괴산리·안계면 용기리 2곳 산불 실화자로 각각 지목된 A(56)씨와 마을주민 B씨 등 2명을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다만 이 가운데 일부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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