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돌려받았다고 해 달라" 정 전 의원측 업자 회유 정황도 드러나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지난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우택 전 국회의원의 돈 봉투 수수 의혹을 폭로하라고 카페업자에게 사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갑근 변호사가 문제의 돈 봉투 수수 장면이 담긴 영상을 사전에 갖고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15일 청주지법 형사합의22부(한상원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윤 전 변호사와 이필용 전 음성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정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로 기소된 카페업자 A씨를 상대로 증인 신문을 했다.
윤 변호사는 2024년 4·10 총선 당시 국민의힘 청주상당 공천 경쟁자였던 정 전 의원의 돈 봉투 수수 의혹을 폭로하라고 A씨에게 사주하고, 그 대가로 이 전 군수를 통해 변호사비 대납을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A씨와 이 전 군수는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씨를 상대로 한 검찰의 증인신문 과정에선 정 전 의원이 A씨에게서 돈 봉투를 받는 장면이 담긴 A씨 카페의 CCTV 영상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윤 변호사도 이 영상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먼저 사건이 불거진 뒤 윤 변호사가 A씨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윤갑근 피고인은 증인이 돈 봉투를 공여한 뒤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친한 카페 손님 B씨에게 영상을 보여줬었는데, B씨가 알고 지내던 윤 전 변호사에게 말을 해줬던 것 같다. 이후 윤 변호사가 요구해 영상을 주고 메모(금품 지급 장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이필용 피고인을 통해 윤 피고인에게 변호사비를 내달라고 말한 적 있나"고 묻자 이를 시인하면서 "이필용이 당시에는 (대신 내달라는) 말을 (윤 변호사에게) 했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말을 전하면 큰일 나니까 실제론 전하진 않았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선 정 전 의원 측이 돈 봉투 수수 의혹이 불거진 직후 A씨를 찾아가 허위 진술을 부탁한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이 돈 봉투 수수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 정 전 의원의 보좌관 C씨를 만난 사실을 묻자 A씨는 "(C씨가) 돈 봉투를 돌려받았다고 하라고 했다"며 "제가 돈 봉투를 돌려받지 않았다고 나중에 입장을 번복한 것은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조사를 받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진술했다.
A씨는 C씨를 만난 이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돈 봉투를 돌려줬다고 진술하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이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선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이 없다고 인정했다.
내달 13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에서는 A씨에 대한 윤 변호사와 정 전 의원 등의 반대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 전 의원은 2022년 3월부터 약 7개월 동안 A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돈 봉투 등 74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A씨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있는 카페를 불법적으로 운영하다가 영업이 정지되자 이를 해결해달라며 정 전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chase_are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