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냉탕 오가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충북 과수원 냉해 확산

연합뉴스 2025-04-15 15:00:07

지난달 중순 초여름 날씨로 꽃눈 올라온 상태서 기습추위 강타

복숭아·자두·배·사과 등 광범위 피해…올해 농사 '먹구름'

(충북=연합뉴스) 박병기 김형우 기자 = 이상고온과 영하권 추위가 교차한 변덕스러운 봄 날씨로 인해 충북지역 과수원에 냉해가 확산하고 있다.

냉해로 검게 변한 배꽃(붉은색 원)

1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국내 최대 과일 산지로 꼽히는 영동군의 경우 지난달 20일 이후 낮 최고기온이 20∼26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 속에 과수가 앞다퉈 꽃눈을 터트리던 상황에서 지난달 30·31일과 지난 14일 아침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30일 이 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졌고, 14일에도 영하 2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개화를 시작한 배, 복숭아, 자두의 꽃눈이 얼거나 꽃이 시드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김세운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팀장은 "과일 꽃눈은 통상 영하 2도 이하에서 30분만 노출돼도 저온 피해가 생기는 데, 산간 지역은 얼음이 얼 정도로 기온이 급강하했다"며 "화총(꽃눈) 속 7∼8개의 꽃 가운데 많을 경우 6개 이상이 얼어버린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영동군은 세 차례 기습 추위에 복숭아 30%, 배 20%가량 냉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냉해 입은 꽃눈은 새카맣게 말라 떨어지거나 성장을 멈춰 과일을 맺지 못한다.

어렵게 열매를 맺더라도 크기가 작거나 기형이 될 가능성이 커 상품성이 떨어진다.

김 팀장은 "냉해를 입었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과수에는 붕산과 질소 성분이 포함된 영양제를 뿌려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작물별 냉해 피해 사진

음성과 충주지역 복숭아·자두밭도 직격탄을 맞았다.

음성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난달 말 이후 복숭아가 꽃봉오리를 터트리던 시기여서 산간 지역 등은 냉해가 폭넓게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 농가에서 피해접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과 단양지역 자두와 사과도 피해를 봤다.

제천시 송학면에서 20년째 자두 농사를 짓는 조병열(66)씨는 "자두꽃이 절반가량 개화한 상태에서 강한 바람과 함께 꽃샘추위가 몰아쳤다"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농사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아직 개화가 덜 된 사과에도 꽃눈이 얼고 꽃봉오리가 시드는 등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보은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냉해 입은 꽃은 며칠 견디지 못하고 말라 죽는다"며 "피해가 광범위할 경우 꽃과 알 솎는 시기를 늦춰 최대한 많은 열매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까지 농협 충북본부에는 545건의 농작물 냉해 신고가 접수됐다.

품종별로는 복숭아가 210건으로 가장 많고, 사과 126건, 자두 68건, 배 23건, 블루베리·포도 3건, 기타 밭작물 24건이다.

bgipark@yna.co.kr

vodca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