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현장서 미제 소총 회수"…"美, 아프간에 10조원어치 무기 남겨"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파키스탄에서 최근 일어난 무장조직의 열차공격에 미군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철수하면서 버리고 간 무기가 사용됐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달 11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에서는 분리주의 무장단체 발루치스탄해방군(BLA) 소속 대원들이 열차를 납치, 승객 440명을 인질 삼았다가 이틀 만에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BLA 대원 33명 전원이 사살됐다.
WP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사건 현장에서 미국 총기 제조업체 콜트가 제작한 M4A1 카빈 소총 한 자루가 회수됐다.
당국이 소총의 일련번호를 확인한 결과 해당 소총은 미군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을 철수할 당시 버려둔 수십억달러 어치의 무기 중 일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WP는 이어 "파키스탄 및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과 무기시장, 무장조직으로부터 회수된 많은 무기는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넘어간 이후 미국의 실패한 전쟁 결과가 어떻게 파문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 당국이 현재 미군 무기와 장비를 갖춘 무장조직들이 준동하는 발루치스탄과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에서 테러를 봉쇄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당초 아프가니스탄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된 미제 소총과 기관총, 야간 투시경 등을 이제 파키스탄탈레반(TTP) 등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무장조직들이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파키스탄 외무부는 지난 1월 성명에서 "(무장조직들이 사용하는) 미국 첨단무기의 존재는 파키스탄의 안전과 보안에 심대한 우려 사항이 돼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에 연 첫 내각회의에서 아프간에 남겨진 미국 무기에 관해 언급했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십억, 수백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아프간에) 남겨두고 떠났다. 이들 무기는 모두 최고급이다"라며 무기 회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프간 탈레반 정부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들 무기가 이제는 아프간 재산"이라며 "누구도 우리에게서 무기를 빼앗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의회가 설립한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찰기구(SIGAR)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이 2021년 미군 철수 후 정권을 다시 잡을 당시 아프간에 남겨진 미군 무기와 장비의 값어치는 70억달러(약 10조원) 이상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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