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협의 앞둔 日 '신중 모드'…비관세장벽 완화 등 검토

연합뉴스 2025-04-15 12:00:17

이시바, 논의 속도 조절 시사…"빠른 협상 매듭 좋다고 생각 안해"

日각료 내일 미국行…"교섭카드 제시 대신 美요청 확인 주력할 듯"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미국과 본격적인 관세 협의를 앞두고 '교섭 카드' 노출을 꺼리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미국과 관세 협의를 담당할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오는 16∼18일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시바 총리는 "빠르게 협상을 매듭지으면 좋다는 방식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논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전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이시바 총리는 국회의원들의 관세 대책 관련 질의에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제 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방안에 대해 "경솔하게 카드를 내놓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무역 적자 해소라는 관점도 있지만, 무엇이 일본의 안전보장 강화에 좋은가를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한다"며 대량 구매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교섭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보복 조치가 국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첫 회담에서 구체적인 교섭 카드를 제시하지 않고 미국의 주장과 요청을 확인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외무성 간부도 일본이 섣불리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먼저 합의하는 나라가 유리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고려해 일본이 논의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진의와 관세 정책 등을 상세히 파악하는 한편, 미국과 협의에서 언급할 카드를 모으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지난 11일 종합대책본부 회의에서 기자단이 퇴장한 이후 모든 각료에게 "소관 분야에서 협의에 조금이라도 쓸 수 있을 듯한 것이 있다면 바로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일단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로 지적한 '비관세 장벽'을 낮추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미국은 일본의 비관세 장벽으로 독자적인 자동차 안전기준, 규제가 심한 쌀 수입·유통 체계, 수입산 돼지고기에 단계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미국 디지털 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 등을 지적했다.

이에 일본은 미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채택하고 농산물 관련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비관세 장벽 완화는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관심을 둘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외에도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협력, 무기 구입 확대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