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연주자들의 메소드 연기"…어린이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연합뉴스 2025-04-15 00:00:22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대사 연기…22일 국립극장서 개막

"국악의 매력 잘 차려 아이에게 먹여준다는 마음으로 준비"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연습실 공개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나는 대금, 다른 악기와 달리 속이 텅 비어있어 큰 역할은 무리야…."

먼 곳에서 일하는 엄마를 찾아 집을 떠난 어린이 '선율'이 악기들이 살고 있는 '악기나무 숲'에 이르러 대금을 만난다. 여러 소리를 낼 수 있다며 의기양양한 해금과 달리, 대금은 내세울 것이 없다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실감 나는 대사 연기를 선보이는 이는 전문 배우가 아닌 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 단원인 박병재 연주자다. 그는 대금 모양 모자를 쓴 채 대사 연기를 소화하다가도 곧장 화려한 대금 연주를 뽐내며 시선을 끌었다.

14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장면 시연으로 만나 본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은 아이들의 몰입을 위한 연주자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박인혜 연출은 장면 시연 이후 기자들을 만나 "평소 연기를 안 하던 사람이 무대에서 연기를 한다는 생경함에서 나오는 상쾌함이 있다"며 "연주자들이 다들 조금씩 연기를 보여주시는데, 갈수록 '메소드 연기'를 향해가고 있다"며 웃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신나락 만나락' 연습실 공개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되는 '신나락 만나락'은 2004년부터 어린이 국악 공연을 제작해 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작이다.

판소리 창작자로 다수의 공연을 선보인 베테랑 박인혜 연출이 처음으로 어린이 공연을 선보인다. 바다 아래 흙을 떠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여신 '설문대할망' 신화를 모티브로 음악의 힘을 전달하는 공연을 제작했다.

박 연출은 "신화는 구전으로 전승되다 보니 중간중간 거칠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것이 전통악기가 내는 거칠고, 짙게 떨고, 위에서 툭 떨어지는 소리의 질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어린이 선율이 엄마를 되찾기 위해 소원을 들어준다는 '거인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음악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은 '신과 인간이 만나 함께 즐거워한다'라는 제주 방언에서 유래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오경자 악장은 "배우부터 연주자들까지 극 안으로 들어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이라며 "아이들이 악기들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악기 하나하나를 전부 알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인사말 하는 박인혜 연출

주인공 선율과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애벌레 '오물' 등 인물을 본뜬 인형이 무대에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율로 출연하는 소리꾼 박소영, 오물 역의 배우 송정수 등 출연진은 직접 인물을 연기하는 한편 손에 인형을 든 채 목소리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해금과 피리 등 독특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내세운 경쾌한 국악도 청중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다.

이고운 음악감독은 인위적이지 않은 음악, 아이들이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내 아이가 보는 국악 공연인 만큼 국악의 매력을 잘 차려서 아이에게 먹여준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국악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굿거리와 자진모리장단으로 아이들에게 장단의 흥과 리듬을 새겨주고 싶습니다."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연습실 공개

c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