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청불' 딱지는 미끼일 뿐, 개그로 꽉 채운 '자기 자?'

연합뉴스 2025-04-15 00:00:22

웹툰 '자기 자?'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온갖 자극적인 웹툰이 쏟아지는 요즘 시대에 일상을 소재로 한 개그 웹툰이 설 자리는 좁디좁다.

일상 개그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는 순간 독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성인 웹툰을 그리기는 싫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웹툰 '자기 자?'는 청소년 이용 불가, 이른바 '청불' 딱지만 붙여놓고 알맹이는 일상 개그로 채우는 신선한 전략을 내세웠다.

이 웹툰의 첫인상은 나름대로 선정적이다.

섹스리스 부부인 지우선과 권주태가 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우선은 술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향수를 사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주태의 철벽 방어에 막혀 번번이 잠자리를 갖는 데 실패하고 만다.

약 10화에 걸쳐 반복되는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들이 어느 정도 등장인물에 익숙해질 무렵부터 작품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웹툰 '자기 자?'의 한 장면

이 웹툰 속에는 어디 하나 평범한 인물들이 없다.

우선의 친구 태양은 이상형인 남자와는 사귀지 않아야 인생이 평탄하다는 점쟁이 말을 듣고 고민하던 끝에 여자를 소개받는다. 금발에 근육질이라는 자신만의 취향을 저버릴 수 없어 성적 지향성을 바꾼 셈이다.

또 다른 친구 예나는 등산 중에 우연히 발견한 초가집에서 댕기 머리를 한 남자와 장기를 두다가 그와 사귀게 된다. 아무리 봐도 '전설의 고향'에 나올 법한 수상한 남자라 귀신이 아닐까 끊임없이 의심한다.

이처럼 개연성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슬며시 새어 나오는 실소를 막을 수 없다.

18세 미만 이용 불가 웹툰임에도 야한 장면 하나 없다는 점도 하나의 개그 포인트다.

매화 "이쯤 되면 전체 연령가로 가자"라거나 "작가님은 애들이 웹툰 보는 게 싫어서 '19금'을 건 것 아닐까", "처음에는 '19금'이라서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왜 보는지도 모르게 그냥 보고 있다"는 독자들의 원성 섞인 댓글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성인 웹툰임에도 귀신이 나오는 화에는 '이번 화에는 깜짝 놀랄만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친절한 경고 문구도 달아놨다.

이 웹툰은 현재 네이버웹툰 일상·개그 장르 1위, 여성 독자 인기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쟁쟁한 판타지, 로맨스 대작 사이에서 수요일 인기 2위, 토요일 3위 자리에도 올라가 있다.

수많은 신작 사이에서 성인 웹툰이라며 일단 흥미를 끌고, 야하지도 잔인하지도 않은 개그 웹툰을 그려 독자들의 허를 찌른 것이 제대로 통한 것으로 보인다.

'자기 자?'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