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거침없이 저항한 남미 거장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연합뉴스 2025-04-15 00:00:21

군사학교 경험 담은 '도시와 개들'로 명성…2010년 노벨문학상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3일(현지시간) 향년 89세로 영면에 든 페루 출신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권력에 저항하는 개인을 문학 속에 구현할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거침없이 권력에 맞선 투사였다.

1936년 3월 28일 페루 아레키파의 중산층 가정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바르가스 요사는 부모의 이혼으로 외가에서 자라다가 두 살이 되던 해 외교관이던 할아버지와 함께 볼리비아로 이주했다.

청년 시절엔 페루로 돌아와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학교에 다니다가 열여섯 살에 중퇴했고, 이후 스페인과 프랑스,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생활했다. 문학과 법학을 전공한 그는 AFP 통신과 프랑스 국영 방송 기자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에게 문학적 명성을 안긴 작품은 1963년 펴낸 첫 장편소설 '도시와 개들'(원제 'La ciudad y los perros')이다. 군사학교 재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폐쇄적인 사회의 부패와 위선, 폭력을 고발해 호평받았다.

'도시와 개들'은 사회고발적이고 문제적인 내용 때문에 페루의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에 난색을 드러냈고, 이 때문에 1961년 완성한 원고가 1963년에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 책은 1966년 영문판(제목 'The Time of the Hero')으로도 출간돼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나 페루에선 군사학교 관계자들에 의해 1천여부가 소각되는 등 논란이 됐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 밖에도 페루 국경 지역 병사들의 모습을 풍자함으로써 군부를 비판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19세기 말 브라질의 광적인 종교 집단과 공화주의자 사이 분쟁을 다룬 '세상 종말 전쟁', 홍등가를 배경으로 한 '녹색의 집' 등 잇달아 주목받는 작품을 발표했다.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명성을 쌓은 바르가스 요사는 1995년 스페인어권 최고 영예로 꼽히는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바르가스 요사를 선정할 당시 "권력 구조의 도해적 완성, 개인의 저항과 봉기, 패배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묘사"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바르가스 요사는 문학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권력과 투쟁하고 정치에 투신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페루 군사정권으로부터 총리직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고, 1990년에는 페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알베르토 후지모리 후보와 맞붙었다가 낙선했다. 이후로도 후지모리 정권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젊은 시절 쿠바 공산 혁명을 지지했던 것과 달리 만년에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했다. 2021년에는 페루 대선 경선을 앞두고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