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영상 속 구두 장면 제가 안 찍었죠…죽기 전 모습 찍으려 10㎏ 급하게 감량"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덕희(설경구 분)와 정세옥(박은빈)의 관계는 애증을 넘어 사랑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남녀 간의 사랑은 아니지만, 측은지심도 있었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도 있었을 거예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하이퍼나이프'에 존경받는 대학교수 최덕희로 출연한 배우 설경구는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물들의 뒤엉킨 심리를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천재 의사 최덕희와 정세옥은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인정하고, 때로는 모든 것을 내던지며 서로를 지키려고 드는 복잡한 관계다.
최덕희는 완벽해 보이지만, 가까이 지내는 사람도 없는 외로운 인물이다. 이때 막무가내로 정세옥이 애제자를 자처하며 그의 곁에 비집고 들어온다.
설경구는 "(세옥이가) 곁에 사람을 두지 않던 자신을 건드려준 아이라는 점, 결국 옹졸함으로 내쳤다는 점 때문에 미안함, 죄책감 등으로 복합적인 감정"이라며 "하나의 감정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최덕희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이코패스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뇌 이외에는 모든 것이 어설픈 비정상적인 괴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정상적인 캐릭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염려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고) 따라와 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극 중 최덕희는 뇌종양으로 서서히 죽어간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설경구는 10㎏를 급하게 감량했지만, 드라마 촬영 특성상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죽어가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무턱대고 빼기 시작했다"며 "(애써 체중을 감량하고 있는데) 감독이 과거 장면, 현재 장면을 번갈아 가며 찍더라. 억지로 이해는 했지만, 지금도 분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이퍼나이프'는 정세옥이 최덕희의 뇌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들어서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수술의 성공 여부는 보여주지 않는 열린 결말인 셈이다.
마지막에 붙인 쿠키 영상에서만 수술방에 검은 구두를 신은 사람이 들어서는데, 이것이 최덕희의 생존을 암시한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수술이 실패하고, 이 경험으로 정세옥이 하나라도 더 배웠길 바란다는 개인적인 해석을 극중 최덕희의 마음으로 돌아가 덧붙였다.
"그 장면을 제가 찍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앨런 킴(한준우)이라고 우기고 있고요. 아무래도 덕희의 입장에서 세옥이가 (수술) 실패를 통해서 하나 더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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