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완전히 다른 화려함"…겨울 철새의 여름깃

연합뉴스 2025-04-14 08:00:03

검은목논병아리·큰회색머리아비, 강릉서 여름 모습 관찰 '눈길'

겸은목논병아리 여름깃(왼쪽)과 겨울깃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겨울 철새는 겨울에만 우리나라에서 보내기 때문에 봄부터 가을까지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래서 겨울에 본 모습을 그 새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겨울 철새인 검은목논병아리가 겨울이 남아 있던 3월 하순 머나먼 고향으로 떠나기 전 화려한 여름옷으로 미리 갈아입은 모습이 관찰됐다.

북상 중 강릉시 경포호수에 들른 5∼6마리의 검은목논병아리 가운데 유독 한 마리가 강렬한 붉은색의 여름깃(혹은 번식깃)을 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몸의 윗면은 검은색, 귓깃·턱밑은 흰색, 앞 목은 연한 잿빛, 아랫면은 흰색인 겨울깃을 하고 있다.

여름깃 검은목논병아리

겨울 철새는 봄과 여름에는 북쪽에서 번식하며 생활하다가 가을에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로 와 가을과 겨울을 머무르다 돌아가는 새를 말한다.

검은목논병아리뿐 아니라 겨울 철새의 겨울깃은 대부분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다.

그런데 여름깃은 몸의 윗면과 멱이 짙은 검은색이고 허리 양쪽은 붉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이다.

유독 빨간 눈과 눈 주변의 붉은 듯 오묘한 짙은 갈색이 강렬해서 매력적이다.

국내에서 겨울 철새인 검은목논병아리 이렇듯 짙은 여름옷을 입은 모습이 관찰된 사례는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무리와 어울려 유영하다가 수시로 잠수해 먹이활동을 하고, 때로는 혼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먼 길 떠나기에 앞서 체력을 보충했다.

검은목논병아리 여름깃(왼쪽)과 겨울깃

경포호 텃새인 뿔논병아리가 가끔 영역 침범을 나무라듯 공격 자세를 취해도 잠시 비켰다가 다시 먹이활동으로 바쁜 모습이었다.

논병아리목 논병아리과의 검은목논병아리는 날개 길이 13∼14cm, 부리 길이 2∼2.5cm이며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다.

그렇게 경포호에서 며칠을 머물던 여름옷 입은 검은목논병아리를 비롯한 무리는 최근 북쪽으로 먼 길을 떠났다.

한낮의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는 날이 계속되던 지난 2021년 6월 강릉시 남대천 하구에는 겨울 철새인 큰회색머리아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큰회색머리아비 여름깃

그런데 눈에 확 띄는 색이 오묘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국내에서 봐 왔던 큰회색머리아비와는 완전히 다른 색을 가진 여름깃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깃은 머리가 짙은 회색이고 등에 흰색 격자무늬가 있으며 목 옆에 굵은 흰색 줄이 있는 등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색이 격조가 있다.

겨울깃은 부리 밑 멱 부분이 흰색을 띠고 등은 회색으로 단조롭다.

이렇듯 여름옷을 입은 겨울 철새는 예기치 않게 우리 곁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화려한 매무새를 자랑하듯 보여주고는 다시 홀연히 사라지곤 한다.

큰회색머리아비 여름깃(위)과 겨울깃

yoo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