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치 대통령, 수도에 5만5천명 동원…직접 집회 주도
헝가리 친러 총리도 지원 사격…'서방 개입에 맞서야' 주장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세르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직접 국수주의 성향의 지지자들을 끌어모아 대규모 집회를 열어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부치치 대통령은 이날 저녁 베오그라드 시내에 운집한 지지자들 앞에서 새로운 정치운동의 출범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이 주도할 새 정치운동이 "이 나라에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모든 노동자와 농민을 환영한다. 정직하게 일하고 자식과 나라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가 환영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1월부터 세르비아 각지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들끓는 상황에 대해선 "해외로부터의 공격"이라며 외국 정보기관이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을 되풀이했다.
그는 "특정 외국세력들이 자유롭고 독립적, 자주적인 세르비아를 보는 걸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주도하는 새 정치운동이 "국민에게 말하길 거부하는 오만한 당국자들을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약 5만5천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되며, 세르비아 각지에서 당국이 제공하는 교통편으로 모인 고령의 연금수급자가 다수를 차지했다고 AFP는 전했다.
부치치 대통령 측은 이들에게 집권 세르비아진보당(SNS)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제 시간에 와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인 밀리치 마라는 "우리는 부치치를 지지하고 우리 세르비아를 지키기 위해 왔다. 이 운동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지지하거나 같은 친러 성향인 해외 지도자들도 직접 참석하거나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치치 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구성국이지만 분리독립을 주장해 갈등을 빚어 온 세르비아계 스릅스카 공화국의 지도자 밀로라드 도디크는 "부치치는 국내외 정책 모두에서 세르비아를 하나로 뭉쳐 강력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외국 세력들이 세르비아인들에게 어떻게 살아야한다고 말해주려 들고 있다"며 반정부 시위가 외국의 정보공작이라고 주장하는 부치치 대통령과 한 목소리를 냈다.
세르비아에서는 작년 11월 북부 노비사드의 기차역 지붕이 붕괴해 1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만연한 부정부패와 실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왔다.
지난달 15일에는 베오그라드 시내에서 대학생들 주도로 무려 27만5천∼32만5천명 규모의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세르비아 당국은 이러한 시위를 '서방 정보당국의 사주를 받은 정권전복 시도'로 규정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르비아 각지에선 과도정부 수립을 촉구한 저명인사가 당국에 체포되거나 반정부 시위대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 등의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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