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하원이 12일(현지시간) 영국 내 마지막 제철 용광로 폐쇄를 발표한 중국 징예그룹의 브리티시 스틸에 대한 긴급 운영 통제권을 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조너선 레이놀즈 상무장관에게 제철 생산을 비롯한 브리티시 스틸 운영과 관련해 지시할 수 있는 임시 권한을 부여한다. 이는 사실상 용광로 폐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의회는 부활절 휴회 중이었으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전날 이 법안 토론과 처리를 위해 임시 의회를 소집했다. 의회가 휴회 중 토요일에 임시 소집된 것은 1982년 4월 3일 아르헨티나의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 침공 때 이후로 처음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브리티시 스틸은 시장 환경의 어려움과 관세 부과, 환경 비용 증가를 이유로 오는 6월 영국 내 마지막으로 남은 용광로 2기와 제철 부문을 폐쇄하기로 하고 이를 노조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징예그룹은 브리티시 스틸로 매일 70만파운드(13억원)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징예그룹은 영국 정부와 전기로 전환 등 브리티시 스틸 구제책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지역 사회와 노조를 중심으로 브리티시 스틸 국유화 요구가 나왔다.
최근에는 브리티시 스틸이 고로에서 쓰일 원자재 주문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 정부의 대응이 빨라졌다.
용광로를 폐쇄하면 수천 개 일자리가 사라질 뿐 아니라 영국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국내에 1차 제철 능력이 없는 유일한 국가가 된다. 건설, 철도, 방산업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레이놀즈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철강은 영국 산업적 힘, 안보, 글로벌 강국으로서 정체성의 근간"이라며 "오늘의 입법이 영국의 제철 능력 유지를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법안이 "정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국유화가 "테이블 위에 여전히 있다"며 "가능성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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