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망명이 거부된 이주민들을 알바니아 소재 수용소로 이송했다고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알바니아 자더르 수용소에 이주민 40명이 입소했다. 이탈리아 남부 브린디시에서 해군 함정을 통해 이송된 이들은 앞으로 출신국으로 추방될 때까지 해당 시설에 구금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현행법상, 망명이 거부된 이주민은 최대 18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다. 이번에 이송된 이주민의 국적이나 신원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2023년 11월 알바니아와 이주민 협정을 체결하고 알바니아 북서부 셴진 항구와 인근 자더르 지역에 이주민 수용소 2곳을 건설했다.
지중해에서 구조된 이주민을 셴진 수용소로 보내 망명 심사를 진행하고, 신청이 기각된 이들을 자더르 수용소로 이송해 출신국으로 추방한다는 구상이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유럽연합(EU) 바깥인 알바니아에 수용소를 설치함으로써 망명 신청자에 관한 EU 법규 등을 회피하려고 시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1월에 이탈리아 법원이 정부의 이런 정책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또한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이 정책이 EU 법규 위반인지 여부를 심사해달라고 제청했다.
법원의 벽에 가로막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알바니아 수용소가 텅텅 비게 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새 법령을 채택해 알바니아 수용소에 '이탈리아 내에서 이미 망명 신청이 기각된 이주민'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했다.
기존에는 이러한 이주민들이 이탈리아 내 추방 대기센터(CPR)에 수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국외인 알바니아에서도 구금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부 장관은 알바니아 자더르 구금시설을 "이탈리아 영토 밖에 위치한 또 하나의 추방 대기센터"라고 표현하며 기존 CPR의 기능을 그대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여전히 EU 바깥에서 망명 심사와 추방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알바니아 모델' 실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5∼6월로 예상되는 ECJ의 판결 결과에 따라 해당 모델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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