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승부' 배급사 "리스크가 기회, 공격적 마케팅 했죠"

연합뉴스 2025-04-13 00:00:22

곽도원·유아인 주연 '창고 영화'로 흥행…바이포엠스튜디오 한상일 이사

"영화에 '귀인' 역할 해야…돈 되는 작품만 하는 회사 아냐"

연합뉴스와 만난 한상일 이사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최근 영화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배급사다.

지난해 12월 곽경택 감독의 '소방관'(385만여 명)을 배급해 흥행시킨 데 이어 최원섭 감독의 '히트맨 2'(254만명)를 올해 설 연휴 개봉작 중 최고 흥행작으로 만들었다. 최근 개봉한 김형주 감독의 '승부'는 146만명을 돌파해 조만간 손익분기점(180만명) 달성이 확실시된다.

특히 '소방관'과 '승부'는 배우 리스크를 안은 '창고 영화'였던 만큼 두 영화의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소방관'은 곽도원의 음주운전으로, '승부'는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로 촬영을 마치고도 4년간 개봉하지 못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던 '소방관'과 '승부'의 배급사로부터 배급권을 가져와 흥행에 성공했다.

"'승부'에서 나의 급소가 상대방의 급소라는 대사가 나와요. 리스크가 곧 기회라는 말이죠. 남들이 다 주저하고 있을 때 더 공격적이고 자신감 있게 나가자는 게 바이포엠의 철학입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바이포엠스튜디오에서 만난 한상일 영화·드라마사업 부문 이사는 '소방관'과 '승부' 모두 우려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 리스크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영화의 운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정해진다"며 "하지만 영화가 '귀인'을 만나면 좀 더 흥행할 수 있고, 우리가 그 귀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강조했다.

영화 '소방관' 속 한 장면

'소방관'과 '승부'는 예고편과 스틸컷 등에서 곽도원과 유아인을 제외했다. 대중이 불편할 만한 요소를 최소한으로 노출하자는 전략이었다.

'소방관'에서는 주원, 유재명, 김민재, 이유영, 이준혁 등으로 구성된 '소방관 팀'을 강조했다. 영화 티켓 1장 판매 금액 중 119원을 국립소방병원에 기부하는 '119 챌린지'도 진행했다.

'승부'는 촬영 단계에선 바둑계 사제 간인 조훈현과 이창호의 이야기로 알려졌지만, 바이포엠이 배급권을 가져온 뒤 조훈현의 고뇌와 성장에 초점을 맞춰 홍보했다. 이병헌의 뛰어난 연기력을 부각하기도 했다.

한 이사는 "두 영화의 목표 관객은 100만명이었다"며 "100만명을 넘긴 이후에는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효과로 더 많은 관객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개봉 전 대부분의 마케팅비를 투입하는 다른 배급사들과 달리 개봉 전 6, 개봉 후 4의 비율로 마케팅비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요즘처럼 입소문이 중요해진 시장에서는 영화가 개봉한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관람객이 남긴 평가나 반응을 토대로 온라인 홍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한 이사는 "업계의 기존 방식을 탈피한 마케팅을 하다 보니 불편한 심기로 우리를 바라보는 곳들도 있다"며 "'왜 너희 영화만 잘되는 거냐'는 식의 말도 들었다"고 했다.

영화 '승부' 속 한 장면

그러나 바이포엠 역시 목표한 관객 수에 비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작품도 있다. 김혜영 감독의 성장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은 11만명을 동원했다.

한 이사는 "너무 울림이 큰 영화여서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배급하게 된 작품"이라며 "바이포엠이 문제 있는 영화, 오래된 영화, 돈 되는 영화만 하는 곳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포엠은 다음 달 배두나 주연의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최우식 주연의 '넘버원', 하정우가 연출하고 주연한 '윗집 사람들', 이주명 주연의 '안아줘' 등 다양한 작품을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한 이사는 "바이포엠은 영화 산업에 진출한 지 이제 3년이 된 회사로 5년까지는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작비 30억원대 작품을 쭉 선보이면서 중간중간 100억원대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대작)로 관객몰이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일 바이포엠 이사, 연합뉴스와 인터뷰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