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나이프' PD "뭔가를 미치도록 사랑한 두 천재 이야기"

연합뉴스 2025-04-13 00:00:22

김정현 PD 인터뷰…"설경구-박은빈, 이성애 아닌 동류에게 느끼는 사랑"

'하이퍼나이프' 김정현 P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드라마 '하이퍼나이프' 속 존경받는 대학병원 교수 최덕희(설경구 분)와 음지에서 불법 수술을 하는 '섀도우 닥터' 정세옥(박은빈) 사이에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언뜻 보기에는 서로를 한없이 미워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밑바닥에는 다른 사람들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이해와 끈끈한 애정이 있다.

디즈니+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를 연출한 김정현 PD는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작품을 한마디로 정리해 "무언가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두 천재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두 천재의 관계에 관해 "똑같은 사람을 만나서 자신을 거울처럼 바라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둘의 관계는 동류(同流)에게 느끼는 사랑"이라고 말했다.

둘은 천재적인 수술 실력의 의사라는 점도, 어려운 환경에서 뛰어난 재능으로 주목받았다는 점도, 방해가 된다 싶으면 남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살인마란 점도 똑 닮았다.

그러나 최덕희와 정세옥이 흔히 이야기하는 로맨틱한 관계는 아니다.

김 PD는 "이성애가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 같은 사람들이 만난 것"이라며 그 대상은 수술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하이퍼나이프'

메디컬 스릴러 드라마란 장르를 내걸었지만,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메디컬도, 스릴러도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하이퍼나이프'는 최덕희와 정세옥이라는 독특한 사제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곁가지 이야기는 모두 쳐냈고, 두 등장인물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을 많이 담았다.

김 PD는 "한국 드라마에선 바스트숏(배우 1명의 상반신만 나오는 화면)을 많이 쓰는데 저희는 투 숏(배우 두 명이 함께 나오는 화면)을 길게 썼다"고 했다.

예컨대 최덕희와 정세옥이 공공장소에서 목소리조차 낮추지 않고 사람을 죽인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마치 연극 무대에 오른 것처럼 둘만의 세상이 연출된다.

김 PD는 "두 배우의 투 숏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연극처럼 보였으면 했다"며 "사람들이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연출적 요소를 위해 소품과 음악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그는 "최덕희가 마시는 위스키도 어렵게 공수했고, 4화 마지막에 덕희의 살인을 암시하면서 나오는 외국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의 노래도 두 달에 걸쳐 요청한 끝에 쓸 수 있었다"고 했다.

또 4회 타이틀이 뒤집힌 것은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뒤집히면서 최덕희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암시하는 효과였다고 귀띔했다.

'하이퍼나이프' 속 정세옥(박은빈)과 최덕희(설경구)

그는 열린 결말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하이퍼나이프'는 최덕희의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서는 정세옥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모두가 궁금해 한 최덕희의 생사에 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쿠키영상(보너스 영상)에서만 세옥이 여전히 섀도우 닥터로 활약하고, 누군지 모를 인물이 수술방에 들어서는 모습으로 해피엔딩을 암시할 뿐이다.

김 PD는 "너무 꽉 닫힌 결말이면 뻔한 이야기처럼 보일 것 같았다"며 "쿠키영상도 넣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청자들에게 (결말을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