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란에서 무기를 밀수하던 시리아 쪽 경로가 막히자 해상 보급로를 뚫고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하다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소식통에 따르면 헤즈볼라 고위급 안보 관리인 와피크 사파는 최근 레바논 베이루트항의 통관 조직을 장악하고 밀수를 준비하고 있다.
베이루트항을 통해 이란에서 군사장비와 자금을 들여오겠다는 것이 헤즈볼라의 의도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산하인 190부대, 700부대 등 병참·밀수 전문조직이 나서 레바논 직항로나 제3국을 거치는 우회로를 통해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이 2020년 8월 베이루트항에서 일어났던 폭발 참사의 재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레바논 정부가 긴급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헤즈볼라의 항구 장악 시도는 과거 이란과 밀착했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작년 12월 반군 공세에 축출되면서 이란에서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육상 보급로가 사실상 단절된 데에 따른 대안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
베이루트항은 2020년 8월 4일 대규모 폭발 참사로 물류 시설 대부분이 파괴돼 한동안 가동을 멈췄지만 점차 복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때 항구 물류창고에 6년째 방치됐던 질산암모늄 약 2천750t이 터지면서 214명이 숨졌다.
헤즈볼라는 1982년 당시 레바논과 전쟁하던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명분으로 이란이 후원해 창설됐다. 의회에 의석을 다수 확보해 제도권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정규군 못지않은 자체 병력으로 레바논 남부를 실질적으로 장악해왔다.
하지만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이스라엘이 지난해 11월 휴전까지 헤즈볼라를 겨냥해 고강도 군사작전을 펼치면서 헤즈볼라는 큰 피해를 봤다.
게다가 올해 초 미국 등 서방 진영이 선호하는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헤즈볼라의 국내외 영향력이 위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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