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계급부터 경찰서 과장급 간부까지 지위고하 막론하고 범행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근 인천에서 현직 경찰관들이 성추행을 비롯해 공무집행방해와 음주운전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가 잇따라 붙잡혔다.
경장 등 하위 계급뿐만 아니라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 계급의 간부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물의를 빚고 있어 공직 기강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남동경찰서는 이날 강제추행 혐의로 모 지구대 소속 A 경사를 긴급체포했다.
A 경사는 이날 오전 3시 59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모텔에서 여성 B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B씨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뒤 모텔에 가서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범죄 발생지 관할인 미추홀경찰서가 A 경사를 긴급체포했다"면서도 "같은 경찰서 소속이어서 공정하게 수사하기 위해 인근 남동경찰서로 사건을 넘겼다"고 말했다.
하루 전에는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다가 신고받고 출동한 동료 경찰관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 50대 B 경위도 붙잡혔다.
당시 그는 술을 마시고 원룸에 찾아가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웠고, 경찰이 출동하자 범행했다.
경찰은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B 경위를 대기 발령했으며 사건 경위를 추가로 확인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올해 들어 인천에서 현직 경찰관들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건도 잇따랐다.
30대 경사는 지난 1월 13일 오후 10시께 남동구 만수동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0.03% 이상∼0.08% 미만) 수치였다.
1주일 뒤에는 30대 경장이 새벽 시간에 연수구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경찰관은 행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를 발견하고는 자신의 차량을 길거리에 세워둔 채 도주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인천 한 경찰서 소속 50대 경정이 휴일 대낮에 연수구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경정은 경찰서 과장급 간부로 경찰서장인 총경 바로 아래 계급이다.
또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정 계급의 간부는 최근 성 비위 의혹이 제기돼 대기 발령됐고, 경찰청의 감찰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경찰청 안팎에서는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시기에 현직 경찰관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올해 들어 여러 건의 음주운전에 성추행 사건까지 일어났다"며 "계엄 사태로 경찰청장을 포함한 일부 지휘부가 공백인 상황에서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인천경찰청 감찰 부서 관계자는 "각 경찰서 청문감사관이 수시로 지구대나 파출소를 돌며 음주운전을 비롯한 각종 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직원들의 범죄가 잇따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예방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며 "교육뿐만 아니라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가로 찾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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