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1위…"6시간 동안 자리 못 뜨도록 연출"
이일형 감독이 직접 대본 작업…"인연 강조하려 원작 각색"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극단적인 악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잖아요.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를 하나의 유희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섬뜩한 살의를 품은 주인공들의 악연을 휘몰아치는 전개로 풀어낸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악연'이 공개 직후부터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악연'을 연출한 이일형 감독은 8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장르물이고, 센 장면도 있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을까 봐 우려했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4일 처음 공개된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삼았다.
이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폭싹 속았수다'를 제치고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TV쇼 가운데 글로벌 4위(7일 기준)에 올랐다.
이 감독은 "'폭싹 속았수다'와 너무 상반되는 느낌의 작품이어서 시청자들이 당황하실까 봐 걱정됐는데, 오히려 다른 매력을 봐주신 것 같다"며 "인물들의 삶에 들어가서 봐야 하는 이야기인 '폭싹 속았수다'와 달리, '악연'은 관찰하듯이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재미있어하신 듯하다"고 말했다.
'악연'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섬뜩한 살의를 품고 있다.
사채를 잔뜩 지고 아버지를 죽여 사망보험금을 타내려는 패륜아 재영(이희준 분), 그에게 돈을 받고 살인하는 조선족 장길룡(김성균), 음주 운전 사고를 은폐하려 시신을 산에 파묻은 한상훈(이광수), 꽃뱀 이유정(공승연), 온갖 나쁜 일에 손을 대고 있는 김범준(박해수) 등이 서로 엮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감독은 "원래 웹툰을 잘 안 보는데, 우연히 '악연' 원작을 읽게 됐다"며 "제가 생각했던 웹툰보다 훨씬 장르적이고 '하드코어'해서 끌렸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청자들을 자리에 앉혀놓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진짜 재미있으면 다음 날 아침 일정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다음 회를 누르게 되거든요. 어찌 됐든 6시간 동안 자리를 뜨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연출했죠."
직접 대본 작업까지 맡았다는 이 감독은 "원작을 딱 두 번 읽고,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다시 읽지 않았다"며 "처음 읽었을 때 머릿속에 남은 재미있는 장면을 토대로 대본을 써 내려갔다"고 되짚었다.
이 감독이 각색한 '악연'은 원작의 기본적인 구조와 캐릭터, 반전 요소를 고스란히 빌려왔지만, 인물들의 세세한 설정에서 차이를 뒀다.
예컨대 웹툰에서는 관련이 없던 유정과 주연이 드라마에서는 고교 동창으로 등장하고, 범준과 재영은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엮인다.
이 감독은 "인연이 연결돼있고, 결국은 다 돌고 돈다는 것을 조금 더 강조하기 위해 작은 설정을 추가했다"며 "총 3개 에피소드로 구성돼있는 이 작품을 단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긴 호흡으로 봐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원작에 비해 캐릭터들의 서사를 많이 추가했는데, 너무 인물 위주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과적으로는 2부 분량의 대본을 덜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야기 구성이 복잡해서 시청자들이 쉽게 작품의 흐름을 따라올 수 있되,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애썼어요. 매회 엔딩을 미리 정해놓고 대본 작업을 시작했고, 어떻게든 그 엔딩은 바꾸지 않겠다는 목표로 글을 썼죠."
영화 '검사외전', '리멤버' 등 무거운 장르물을 주로 연출해온 이 감독은 차기작으로 "소소하고, 인간미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저희 아버지 연세가 이제 70세인데, '악연' 첫 회부터 패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부모님께 차마 제 작품을 권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웃음) 다음에는 꼭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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