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4분기 연속 하락세
美 통상정책·고물가 등 영향…백화점·대형마트, 부진 지속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고물가 및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 위축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체감 경기 악화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쇼핑 등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5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난 1분기(77)보다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특히 작년 2분기(85)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며 유통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게 대한상의의 분석이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체감경기 하락은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 고물가, 경기 하방 우려, 정치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시장 부진 장기화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태별로 전 분기 대비 2분기 경기전망지수를 살펴보면, 백화점(85→73)과 대형마트(85→73)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편의점 역시 73에서 71로 2포인트 하락했다.
백화점의 핵심 카테고리인 명품이 전반적인 경기 위축 상황과 공격적인 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인기가 꺾이고 있고, 대형마트는 온라인쇼핑, 슈퍼마켓과의 치열한 경쟁 상황이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점포 수 증가에 따른 업체 간 경쟁 심화가 기대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반면 온라인쇼핑(74→76), 슈퍼마켓(76→77)은 소폭 상승했다.
온라인쇼핑의 경우 타 업태 대비 뛰어난 가격 경쟁력이 전망치 하락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업체 간 경쟁 심화와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공세 강화는 경기기대감 상승을 제한했다.
슈퍼마켓은 외식 물가 상승과 1인 가구 증가로 집밥 수요가 늘고, 근거리 소비를 선호하는 트렌드 확산 등이 하락 폭을 방어했다.
유통 기업들은 소비시장 회복 시점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응답 기업의 절반(49.8%)이 2026년 이후에나 소비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 2028년 이후를 전망한 기업도 각각 11.2%, 16.0%에 달해 상당수 기업이 소비 부진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근무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만큼 소비시장 침체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대규모 할인행사와 같은 단기적인 소비 진작책과 함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모델 혁신, 불황에 강한 상품 개발 등과 같은 기업의 대응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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