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경원 세계경제, '미중 양국 충격' 우려
"한일, 美상호관세 절반 수준으로 대응시
대미 수출 50% 넘게 줄 수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 상호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중국이 이에 대응해 미국으로 가던 수출을 다른 국가들로 돌릴 경우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이코노믹스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에서 잃게 될 수출 대부분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문제는 그때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무역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각국이 대미 수출 감소를 걱정하는 처지라는 점이다.
중국은 이번 관세전쟁 전부터 전기차 등 고가 제품에서부터 저가의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자국에서 과잉 공급되는 제품의 수출에 주력해왔다.
대미 수출 감소가 중국산 수입 증가보다 여파가 크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 쇼크'가 증폭되고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올해 생산액 규모가 115조 달러(약 17경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세계 경제가 미중 양국으로부터 충격을 받을 전망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관세가 시행되고 무역상대국들이 미국 상호관세율의 절반 수준으로 보복에 나서는 상황을 가정한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모델링 결과, 미국의 상품 수입은 2030년까지 30% 줄고 중국의 대미 수출은 85%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한국과 일본 등은 50% 이상, 베트남은 75%, 유럽연합(EU)·인도 등은 40% 가까이, 영국·브라질은 15% 정도 대미 수출이 각각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 이외 대다수 국가의 중국산 수입은 5% 미만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볼드윈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행사에서 "미국 쇼크는 더 심각한 중국 쇼크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다른 주요국들이 대중국 관세를 올릴 것이다. 매우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비중이 15% 정도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현 시스템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만큼, 중국과 EU 등이 주도해 자유무역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앨버트 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중에서 오는 충격이 합쳐져 중간에 낀 국가들에 부담을 줄 것이라면서 많은 국가가 "미국 관세 인상에 대응 중인 만큼 더 많은 중국산 수입을 흡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경영대 헨리 가오 교수는 "트럼프 충격이 단기적으로 더 고통스럽겠지만, 이는 중국 국가자본주의가 세계 경제질서에 가하는 근본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러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