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작 전 육군 교육사령관, 38년간 현장 경험 바탕으로 군이 나아갈 길 담아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대통령의 한마디에 불법계엄에 동원된 정예병력, 일본군의 폭력적 잔재, 경계 실패로 옷을 벗는 군인, 병력자원 감소로 귀해진 사병에 대한 관리.
이러한 군의 현실을 38년간 현장에서 지켜봐 온 강건작 예비역 중장은 '강군의 조건'이라는 책을 발간하고 한국군이 강군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12·3 계엄의 밤을 겪은 강 장군은 책에서 "1982년부터 국군조직법에 따라 국방부장관은 반드시 민간인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으나 1961년 이후 모든 국방부장관은 전역해 신분은 민간인이었을지 몰라도 장군들이었다"며 순수 민간인 국방장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공무원의 비중을 일반 공무원으로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각 군 본부와 주요 사령부에 정부 인력을 파견해 예산과 인사를 들여다 보면서 정책고문으로 각군 총장 및 사령관과 소통하는 것을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강 장군은 이와 더불어 일본군의 잔재인 방첩사령부 해체와 법무 인력 확충을 통한 군내 윤리 및 법적 책임 확립, 안배보다는 능력 중심의 장군인사제도 개혁 등을 제안했다.
책에서는 한국군이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전쟁기획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단순히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전체적 흐름을 예측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전략과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이행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역 직전 교육사령관으로 교리 만들기 등에 관심을 가져온 강 장군은 이를 위해 전시 작전통제권을 포함해 한국군이 작전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6·25전쟁 후반기 고지전에서 비롯된 한국군의 '일선형 방어'(linear defense) 전략을 변화시키기 위한 군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에서 앞으로 닥칠 한국군의 가장 큰 위협으로 인구감소를 꼽고 "2023년에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남자아이는 11만 8천명으로 육군 기준의 18개월 복무기간에 변화가 없다고 보고 출생한 남아가 100% 문제없이 군에 들어온다면 2043년 대한민국 군대 병사 수는 17만 7천명"이라며 간부 18만명과 합하면 군대 총병력수는 34만명 규모로 2022년 약 50만명의 70% 수준으로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역병에 대한 훈련 강화와 예비군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상비군 수준으로의 변신, 현역 병력의 전투업무 집중을 위한 군무원 채용 및 민간위탁 확대, 인공지능·드론·로봇으로 병력자원 대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건작 장군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한 한국형 재래식 핵억지력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현무-4, 현무-5 등 미사일을 통한 북한 지도부의 공포심 생산, M-SAM, L-SAM 등 미사일 방어망의 우수성 등을 꼽았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군은 또다시 큰 위기에 빠지고 말았으나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드러난 문제를 잘 진단하고 곪은 상처를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군에 누적된 여러 가지 모순을 바로잡는다면 오히려 더 강한 군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나인.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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