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콜렉티브·브라질 원주민…한국 첫 개인전 연 해외작가들

연합뉴스 2025-04-08 09:00:05

거고지언, 벨기에 출신 화가 해럴드 앤카트 소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국내에는 낯선 작가들의 한국 첫 개인전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에서는 인도네시아 3인조 작가집단(콜렉티브)인 트로마라마(Tromarama)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2016년 광주비엔날레와 2022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동시대 미술전 '구름산책자'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결성된 트로마라마는 1984∼1985년생인 페비 베이비로즈, 허버트 한스, 루디 하투메나로 구성됐다. 이들은 반둥 공과대학에 다닐 때 록 밴드 '세링가이'의 앨범 '늑대 민병대'(Serigala Militia)의 뮤직비디오 제작을 맡아 협업을 시작했다. 당시 일일이 조각한 450개 합판을 이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이들은 이후 설치, 사운드, 컴퓨터 프로그래밍, 퍼포먼스까지 여러 매체를 이용하며 디지털 미디어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작 설치 '컨트랙트'(Contract)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특정 해시태그가 포함된 트윗을 실시간으로 추출하고 이를 추상적인 소리로 변환해 스피커로 송출하는 작품이다. 사용자들이 디지털 플랫폼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쓰면서 디지털 기업에 수익을 주는 일종의 노동을 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작업이다.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인 '파노라믹스' 등 영상 작업도 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24일까지. 무료 관람.

세계 최대 갤러리인 거고지언(가고시안) 갤러리는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사옥 1층의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을 빌려 벨기에 출신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화가 해럴드 앤카트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거고지언이 지난해 9∼10월 같은 곳에서 열었던 미국 화가 데릭 애덤스 개인전에 이은 두 번째 한국 전시다. 유명 화가들이 여럿 속해 있는 화랑이지만 이번에도 유명 작가 대신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선보인다.

'좋은 밤'(Good Night)이란 제목의 전시는 다양한 푸른색으로 밤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로 구성됐다. 작가는 "밤의 풍경은 대상들의 윤곽선이 모호해지며 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면서 "특히 가장 좋아하는 색인 푸른색을 많이 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커튼으로 전시장을 구획한 점이 눈에 띈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청담동에 있는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서울지점에서는 브라질 원주민 현대미술가이자 큐레이터였던 자이더 에스벨(1979∼2021)의 첫 국내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에스벨은 생태운동과 그가 속한 마쿠시(Macuxi) 부족의 우주론을 기반으로 모든 생물체와 자연의 형상들이 서로 연결돼 있고 신화적인 존재와 영혼들이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상생한다는 믿음을 담아 작업 활동을 했다.

그는 또 원주민 권리와 영토에 대한 인식 제고 운동을 벌인 활동가이기도 했고 갤러리를 설립해 원주민 미술을 주축으로 한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사후인 2022년 베네치아(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됐다.

전시에서는 에스벨의 후기 회화와 드로잉을 중심으로 짙은 검은색 배경에 강렬한 문양을 그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