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검사·형사의 욕망이 얽힌 마약 세계…영화 '야당'

연합뉴스 2025-04-08 00:00:10

마약 수사 뒷거래 소재로 해…속도감 있는 연출 돋보여

영화 '야당' 속 한 장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경찰에 잡혀 온 마약 투약자가 중독 증상을 이기지 못해 난동을 피우는 와중에 이강수(강하늘 분)가 형사의 전화를 받고 경찰서에 온다. 그는 단숨에 상황을 파악한 뒤 경찰이 원하는 정보와 체포범이 원하는 감형의 거래를 중개해 모두가 행복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강수는 약을 파는 자와 그를 잡는 이를 중개하는 이른바 '야당'이다. 야당은 수사 기관에 마약 관련 정보를 넘겨주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브로커를 뜻하는 은어다.

영화 '야당'은 야당 이강수와 야심 가득한 검사 구관희(유해진), 마약 수사에 진심인 형사 오상재(박해준)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검사와 형사가 수사 중인 사건에 유력 대선 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이 연루되면서 각 인물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휩쓸린다. 이후 각자의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욕망이 부딪히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야당' 속 한 장면

영화의 신선한 소재부터 관심을 끈다. 마약판의 은어를 영화의 제목이자 소재로 삼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조명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약 중독에 빠지고 금단 현상을 겪은 뒤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그린 장면도 흥미롭다. 각본을 쓴 황병국 감독의 꼼꼼한 취재가 빛을 발한다.

영화 '야당' 속 한 장면

영화는 야당의 세계를 속도감 있게 펼친다. 내레이션, 교차 편집, 화면 분할 등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오프닝에서부터 결말까지 빠른 속도를 유지해나간다. 그 덕에 늘어지는 부분 없이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작품을 뒷받침한다. 강하늘은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야당부터 마약 중독자까지 폭넓게 캐릭터를 소화한다. 유해진은 야망이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을 듯,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영화 '야당' 속 한 장면

다만 이야기의 흡입력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속도감을 우선해 편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구관희 검사가 야망 때문에 돌변하는 부분이나 이강수와 오상재 등의 캐릭터들이 뭉치고 교감하는 부분은 극의 주요 변곡점이지만, 영화는 이를 시간 들여 다루기보다는 다른 장면들처럼 빠르게 넘기는 느낌이 강하다. 이강수와 구관희 외에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도 아쉽다. 마약범들을 공포에 몰아넣어 '옥황상제'라는 별명이 붙은 오상재와 악역으로서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조훈은 흥미로운 설정에 비해 개성이 두드러지지 못한다.

영화를 연출한 황병국 감독은 "기존 마약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들은 어둡고 무거운 톤이 많은데, (이번에는) 가볍고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16일 개봉. 122분.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야당' 주역들

encounter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