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대응 '혼란' 산업계, 생산지 재조정·현지생산 증대 검토

연합뉴스 2025-04-08 00:00:06

삼성전자·현대차그룹·LG전자, 지역물량 재분배 등 논의

코트라 '관세대응 119' 상담건수 최대 7배↑

25% 상호관세 '폭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이슬기 강태우 기자 =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을 맞은 국내 산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방안이 없어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협상을 위한 상호관세 부과 연기나 유예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이러한 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대기업들도 매일 비상 회의를 열며 생산지 재조정 등 대응안을 모색 중이지만 관세에 따른 피해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코트라

◇ 삼성전자·현대차그룹·LG전자, 생산지 재조정·현지생산 증대 검토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관세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상호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글로벌 생산거점을 적극 활용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국가별 관세와 인건비, 물류비 등을 종합 고려해 가전과 스마트폰 등의 생산지 재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7일 열린 인공지능(AI)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미국 관세 영향에 따른 대응에 대해 "삼성은 전 세계에 약 10개의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관세에 따라 얼로케이션(Allocation·할당)을 통해 파고를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역시 높은 관세율이 매겨진 베트남이 실제로 관세 부과가 이뤄질 경우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브라질 공장으로 생산지를 옮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동차 25% 관세

이미 25%의 자동차 관세로 상호관세는 피한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준공식을 연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을 조기에 안정화해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즉각적인 판매가격 인상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흡수할 방침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 4일(현지시간) 공식자료를 통해 "두 달간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고,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지난 3일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아직 가격 인상은 검토하지 않았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관세 효과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그룹도 가격 인상에 대한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는 2026년형 이후 모델부터 3년 또는 3만6천마일 내 엔진오일 무상교환 등의 정비 서비스 혜택을 종료하기로 한 방침을 두 달간 가격 동결 계획과 함께 알렸다.

LG전자도 지난해 말부터 전사 차원의 플레이북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관세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나섰고, 생산지 이전 역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에) 플레이북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으로부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마지막 방안으로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 오븐 등을 다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를 다 준비해놨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가 그대로 실현될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고, 시시각각 바뀌는 정책이 바뀌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 정책이 계속해서 왔다 갔다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지역 물량 재배분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들도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쌓여 있는 철강 제품

◇ 코트라 '관세대응 119' 상담건수 급증…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8일 방미

트럼프 2기 상호관세 발표에 따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관세 관련 문의 통합 창구인 '관세 대응 119'에도 상담이 쏟아지고 있다.

코트라는 지난 2월 18일부터 중소·중견기업의 문의와 투자 진출 상담에 '관세 대응 119' 창구로 대응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 등을 포함한 관세 대응 119 상담은 지난 2월 1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총 1천75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3월 하루 평균 30~60건이던 상담 건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있었던 지난 3, 4일에는 각각 210건, 163건으로 폭증했다.

상담은 관세, 해외 투자 진출, 사업 파트너 발굴, 기타 등 분야로 이뤄지며, 상담의 대부분은 '관세'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고 코트라는 전했다.

기업들의 상담 문의가 폭주한 상황에서 정부도 대미 상호관세 협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8∼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면담한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 등을 포함한 미국 정부 주요 인사를 만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인하 관련 협의 등에 나선다.

정 본부장은 "4월 2일자 나라별 관세 조치를 비롯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자동차 부품 등 품목별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기업과 우리 기업의 미국 내 기업 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등 엄중한 상황"이라며 "미국 측과 다양한 방식으로 긴밀히 소통을 지속하면서 국별 관세를 비롯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우리 업계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 협의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