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美관세는 국난 사태…코로나19 대책 필적할 만한 것 생각해야"
추경편성 추진 속 보복관세엔 여전히 부정적…일본인 57% "대항조치 취해야"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박상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 담판,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에 의욕을 보이며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7일 참의원(상원) 결산위원회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 대해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사태"라며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같이 언급한 뒤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고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일 정상회담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유무역의 중요성 등을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지난 4일 미국 관세 대책을 수립하고 초당파적 협조를 얻기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여야 당 대표 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의할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우선 금주 중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국익을 걸고 협의에 임하고자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5일 요미우리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할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가 협의에서 제시할 구체적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자동차 25% 관세, 상호 관세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한 차례도 일본에 대한 예외 조치를 두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 경제에 공헌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해서 강조하며 끈질기게 제외를 요청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 상호 관세 24%를 부과하기로 한 상태다.
이시바 총리는 이와는 별개로 미국 관세 정책이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달 내에 추경예산안 편성을 지시해 6월 하순에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경예산 사용처로는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 지원, 친환경 차량 보조금 지급, 전기·가스 요금 지원 재개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참의원에서도 "실질 무이자, 무담보 융자를 포함해 코로나19 대책에 필적할 만한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최대 수출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산업 타격 완화와 국민 생활 피해 경감을 위해 조기 예산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올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경제를 중시하는 정책 운영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고 해설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미일 양국의 경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에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과 고용 영향을 감안해 자금 지원 등 필요한 대책에도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미국에 일방적인 관세 조치는 안 된다는 취지를 전했음에도 미국 정부가 관세 조치를 발표해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시바 내각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보복 관세 등 대항 조치를 추진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편이지만,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대항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 JNN은 지난 5∼6일 1천31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방침과 관련해 '대항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견해가 57%에 달했다고 전했다. '대항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31%였다.
이번 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전달 대비 7.8%포인트 하락한 30.6%로 나타났다. 이시바 내각이 작년 10월 출범한 이후 최저였다. (취재보조: 김지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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