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증시 기록적 폭락에 투자자 '패닉'…"바닥 어딘지 몰라"

연합뉴스 2025-04-07 19:00:02

전문가 "90년 글로벌 무역 시스템 붕괴 중…경제 영향 예측 어려워"

中인민일보 "8년간 무역전쟁 경험·충분한 금리 인하 여지" 자신감

중국 증시 '블랙 먼데이'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트럼프 관세폭탄'에 중국이 전방위 보복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자 중화권 증시 투자자들이 7일 패닉에 빠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이날 각각 7.34%, 9.66%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13.22% 폭락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9.7%로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중국 계면신문에 따르면 이날 중국 본토 A주(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내국인 전용 주식) 전체 상장사 가운데 5천284개 종목이 하락했고 상승한 종목은 106개에 불과했다.

개별 종목별로는 레노버와 BYD(비야디), 샤오미가 각각 20% 넘게 하락했고, 알리바바는 18%, 징둥닷컴은 15.5% 빠졌다.

투자자들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확대일로를 걷는 가운데 심각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을 우려해 투매에 나섰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모두 약 6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은 중국 기업들의 수익에 타격을 주고 가뜩이나 중국 경제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글로벌 수요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현재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면적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경제적 재앙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면서 '공황 매도'(Panic Selling)가 벌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청명절 연휴인 지난 주말 미국의 관세 공격에 직면해 경제·증시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소비 확대를 위한 경기 부양책 조기 발표 여부도 포함됐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앙후이진(匯金)투자가 이날 중국 증시 전망을 낙관한다면서 상장지수펀드(ETF) 보유 규모를 늘렸고 앞으로 보유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투자심리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타오 왕 UBS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충격의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웠는데, 더 도전적으로 됐다"고 짚었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로 5% 안팎이라는 중국 정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 달성이 한층 멀어졌다는 것이다.

중화권 증시가 단기간에 상승 추세로 돌아설 조짐조차 안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한층 낙담하고 있다.

홍콩 알레테이아캐피털의 빈센트 찬 중국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지난 90년간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경제적 영향을 예측하고 시장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은 "미국과 8년 무역 전쟁을 치르면서 풍부한 투쟁 경험을 쌓았다"면서 위기 극복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에서 "향후 상황의 필요에 따라 지급준비율(RRR·지준율)·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도구는 충분한 조정 여지를 갖고 있어 언제든 내놓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2분기 중국이 지준율 및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nfour@yna.co.kr

중국 상하이 금융지구의 오성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