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닥치나…원자재·경기민감주 하락에 우려 확산

연합뉴스 2025-04-07 18:00:07

트럼프 관세폭탄 발표 이후 혼란 속 '경기 흉조' 속출

"침체 확률 40~60%"…튼실한 기초여건은 불행 중 다행

글로벌 경기 침체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경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주식이 폭락하는 등 경기부진을 가리키는 흉조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상호관세 발표 다음 날인 3일 미국 러셀3000지수는 5% 하락했다.

이 지수는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3000개 기업의 주가지수로 미국 증시를 가장 광범위하게 대표한다.

이 지수는 중국이 미국 제품에 34%의 맞불 관세를 발표한 4일 추가로 6% 급락했다.

세계 23개 선진국의 주가를 반영한 지수인 MSCI 월드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하락세를 노출했다.

주요국 증시가 집단으로 무너진 원인을 보면 경기에 대한 비관이 뚜렷하다.

많은 국가에서 은행 주식이 폭락했다. 금융회사 실적은 경기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분명히 나쁜 신호다.

향후 경기가 나빠질 때 하락하는 항공사나 자동차 제조사 등 경기 민감주는 더 떨어졌다.

이들 주식은 경기가 부진할 때도 실적이 양호할 수 있는 필수소비재 업종의 경기방어주와 비교할 때 8% 포인트나 성과가 낮았다.

이 같은 격차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격차라며 심하지 않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일치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분석했다.

기업들의 결단도 경기 우려에 전격 보류됐다.

온라인 대출업체 클라르나, 티켓 판매 시장 스텁허브, 의료기기 업체 메드라인은 위험을 느껴 기업공개(IPO)를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자신이 서명한 상호관세 행정명령을 선보이는 모습

향후 생산활동 증감에 따른 수요 변화를 토대로 움직이는 원자재 가격도 불황을 가리켰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5달러에서 66달러로 떨어졌고 석유와 마찬가지로 경기의 선행지표로 주목되는 구리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경기부진 때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금, 달러도 약세를 보였다. 다만 이는 경기가 침체하는 시기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도 경기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 속에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급등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다만 세계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태에서 트럼프 관세 공세에 맞서게 됐다는 여건은 선방 가능성을 키울 불행 중 다행으로 관측된다.

구매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월 글로벌 성장률 종합지표는 2월보다 상승했다.

특히 지금까지 관세 영향에서 벗어나 있었던 서비스 부문의 지표는 더 강세를 나타냈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회원국들의 실업률은 5% 미만에 머물러 있다.

미국 경제는 특히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에 일자리가 양호한 증가세를 보였는데, 실시간 데이터에서도 고용 지표는 양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댈러스 지부가 발표하는 주간 지수는 미 경제가 연간 2%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최악의 정책적 실수 중 하나를 저질렀지만 운 좋게도 강력한 경제를 물려받았다"고 지적했다.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