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나쁜 놈들… 드라마 '악연'과 원작 웹툰의 차이는

연합뉴스 2025-04-07 17:00:04

더 끈끈하게 엮인 사건들…원작 속 한 인물 김성균·박해수로 나눠

플릭스패트롤 글로벌 4위·한국서는 1위에 올라

넷플릭스 '악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누군가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앙갚음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강가에 앉아 기다려라. 머지않아 그 사람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지니.'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상상력 사전' 속 이 구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의 주인공 이주연(신민아 분)의 상황에 딱 어울린다.

의사 주연은 약 20년 만에 박재영이라는 이름의 환자를 마주하고 얼어붙는다.

주연이 어릴 적에 당한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동자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복수심에 불타 그 환자를 죽이기로 결심하지만, 남자친구 정민(김남길)의 만류로 마음을 돌린다.

주연은 손을 더럽히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재영이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넷플릭스 '악연' 한 장면

'악연'에는 그야말로 나쁜 인간들이 잔뜩 등장한다.

사채를 잔뜩 지고 아버지를 죽여 사망보험금을 타내려는 패륜아 재영(이희준), 그에게 돈을 받고 살인하는 조선족 장길룡(김성균), 음주 운전 사고를 은폐하려 시신을 산에 파묻은 한상훈(이광수), 꽃뱀 이유정(공승연), 온갖 나쁜 일에 손을 대고 있는 김범준(박해수)이 서로 엮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넘실대는 욕망이 극을 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이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사기도 치고, 잠자리도 하며, 살인도 저지른다.

악인들의 충동적인 욕망 덕에 이야기는 등장인물의 시체를 딛고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쉴 새 없이 내달린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들은 망치와 삽, 자동차로 서로를 겨누고 종국에는 서로 손에 비참하게 죽어간다.

넷플릭스 '악연' 한 장면

이 시리즈의 원작은 동명 카카오웹툰이다.

기본적인 구조와 캐릭터, 반전 요소 등은 모두 빌려왔다. 하지만 '사채 빚의 남자', '시체를 유기한 남자', '상처받은 여자'라는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펼쳐지는 3개의 에피소드를 같은 시기로 통합하고 인물들을 좀 더 긴밀하게 엮었다.

원작에서는 상훈이 유기한 시신과 재영의 아버지가 다른 인물이었지만,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동일한 인물로 설정했다.

또 웹툰에서는 관련이 없던 유정과 주연이 드라마에서는 고교 동창으로 등장하고, 범준과 재영은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엮인다. 원작 속 간호사였던 주연의 직업도 의사로 바뀌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범준이라는 한 인물을 김범준·장길룡으로 나눠 각각 박해수와 김성균이 연기했다는 점이다.

둘 다 인지도가 높은 배우라서 수염이나 모자 등의 분장으로 시청자에게 혼동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극 후반에서 반전 요소인 주연의 남자친구 정민 역을 특별출연한 김남길에게 맡겨 원작과 차별화했다.

그는 웹툰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조연으로 보이다가, 맨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복선을 한꺼번에 회수하면서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인기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아 초반부터 시청자들이 예의주시하게 된다.

'악연'에 특별출연한 김남길

'악연'은 지난 4일 공개된 직후부터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악연'은 넷플릭스 TV쇼 가운데 글로벌 4위(6일 기준)에 올랐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에서 1위를 차지했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