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SK온, 적자 전망…자동차 관세에 배터리 타격 불가피
美서 AMPC 혜택·관세 회피 기대…46파이 등 포트폴리오 강화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에 더해 미국발 친환경 정책 후퇴와 무역장벽 등 새로운 불확실성이 나타나면서 배터리 업계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1위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냈지만, 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내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 LG엔솔, AMPC 효과 톡톡…삼성SDI·SK온, 적자 전망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천7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8.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894억원을 318.9% 웃돈다.
이번 '깜짝 실적'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생산세액공제(AMPC) 효과에서 기인했다. 1분기 AMPC 금액은 전 분기보다 21% 증가한 4천577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83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와 SK온은 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작년 1분기 2천67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SDI는 올해 1분기 3천58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SK온 역시 3천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SDI와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미국에 생산공장이 적어 AMPC 규모가 비교적 작을 것으로 관측됐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관세 영향으로 배터리 수요 부진이 뚜렷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희수 DB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제너럴모터스(GM)의 주요 인기 전기차(EV) 모델 대부분이 멕시코에서 생산 중이라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캐나다 스텔란티스, 미국 혼다 합작법인(JV) 가동 연기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 '선진입' 美서 승부 본다…기술 경쟁력 확보 박차
배터리 3사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무대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IRA가 폐지되지 않는 한 AMPC 효과가 있는 데다 관세도 피할 수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JV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총 7개의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 중이다. 미국 내 첫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인 애리조나 공장 건설도 내년 말 양산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미국에 이미 많은 공장을 갖고 있어 선진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1공장을 조기 가동했으며, SPE 2공장과 GM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SK온도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을 비롯해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장벽이 장기화하면 현지 생산 및 소비 구조로 사업 모델이 전환되기에 현지화한 업체가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캐즘 기간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차세대 배터리인 46파이(지름 46㎜)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시장 선점에 속도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리비안 등 여러 글로벌 완성체 업체와 46시리즈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산 배터리에 대한 수요 증가에 맞춰 추가적인 공급도 논의 중이다.
기존 생산기지를 활용한 생산 거점 효율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시간주에 위치한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3기의 건물 등을 취득했으며, 미시간 홀랜드 공장,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제품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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