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술 소노 감독 "정성조, 생각보다 괜찮더라…기본기 가르칠 것"
정성조 "지금 위치에서 버텨야 다음 바라본다…이 순간에만 집중"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정성조가 '동호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데뷔 시즌 정규리그 막판 주가를 높이고 있다.
정성조는 지난 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와 원정 경기에서 20분가량 출전해 6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정성조가 20분 이상 출전한 건 지난 1월 28일 안양 정관장전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주로 에이스 이정현과 함께 코트에 나선 정성조는 공수 전환 속도를 높여 소노의 96-71 대승에 이바지했다.
'속공의 팀'을 표방한 SK지만 이날 소노에 속공 득점에서 6-22로 크게 밀렸다.
공을 몰고 상대 코트로 넘어가는 속도가 빠른 이정현, 케빈 켐바오, 정성조를 동시 기용해 정규리그 우승팀 SK에 '빠른 농구'로 맞불을 놓겠다는 김태술 감독의 전략이 적중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정성조가 이정현의 파트너가 될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머릿속에서 여러 선수를 이정현의 파트너로 돌려보고 있는데, 정성조 선수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며 "속도감만 보면 KBL에서 톱3에 드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마무리 능력도 좋아서 정현이의 부담을 분배할 가장 좋은 카드라고 생각한다"며 "(가드가) 앞에서 쭉쭉 (속공을) 밀어주면 정현이가 힘을 모았다가 지공에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노가 지난해 1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2순위로 지명한 포워드 정성조는 엘리트 선수 경력 없이 동호인 대회와 3대3 농구를 통해 기량을 키워 드래프트 참가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월 15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자신의 최다인 16점을 올리기도 한 정성조는 동호인 출신이지만 개인 기량만큼은 프로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아직 '농구의 길'을 모르는 친구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 그걸 비시즌에 잘 가르쳐보려 한다"며 "사실 성조는 대단한 걸 가르칠 필요가 없는 선수다. 기본기만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뛸 때 (공간을) 벌려준다든지, 공을 잡고 있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면 안 된다든지 등 기본적인 것들만 챙기면 된다"며 "흡수력이 좋다. 공을 가지고 있을 때 능력은 좋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들을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현은 "드래프트 전부터 정성조라는 선수가 궁금했다. 우리 팀에 온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며 "훈련해보니 능력이 좋더라. 수비의 길을 잡지 못하고, 패턴 플레이에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걸 덮을 만큼 장점이 더 크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한 선수다. 그게 되면서 슛도 정확해서 팀원들과 호흡을 잘 가다듬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정성조 선수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정성조는 경기 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운이 좋아 데뷔 시즌부터 출전 기회가 생겼다"며 "감독님 말씀처럼 속도감이 내 장점이다. 감독님께서 좋게 말씀해주시는 게 내 농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정성조는 올 시즌 정규리그 17경기에 출전, 평균 9분가량 뛰며 3.6점을 기록 중이다.
그는 "동호회 농구와 프로의 가장 큰 차이점은 훈련과 경기 중 집중도, 몸싸움·운동 강도다. 계속 적응 중"이라며 "지금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버텨야 다음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순간에만 집중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아직도 공수 전환 시 정신이 없고, 급박한 상황에서 대처가 부족하다는 게 많이 느껴진다. 이렇게 개선할 점이 많다고 생각하면 농구가 더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