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4시즌 연속 꼴찌' 오명…깊은 수렁에 빠진 프로농구 삼성

연합뉴스 2025-04-07 10:00:16

일관되게 '속공 못 하고 실책 많은 팀'…문제 타개할 선수 영입도 없어

지시하는 삼성 김효범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10년대 중반까지 '명가'로 불리던 서울 삼성이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4시즌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지난 6일 고양 소노(18승 35패)가 정규리그 우승팀 서울 SK를 96-71로 대파하고, 삼성이 울산 현대모비스에 76-84로 패하면서 올 시즌 최하위는 삼성으로 확정됐다.

7일 기준 삼성의 성적은 16승 37패다. 10개 구단 중에 가장 낮지만, 최근 4시즌 삼성의 성적 중에는 제일 좋다.

2021-2022시즌 9승에 그친 삼성은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은 14승을 거뒀다. 그나마 올 시즌이 최근 4시즌 중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한 시즌인 셈이다.

삼성은 지난 시즌에 이미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처음으로 '3연속 꼴찌'라는 오명을 썼다.

올 시즌에도 별다른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탈꼴찌에 실패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4시즌 연속'으로 늘리기만 했다.

한때 삼성이 매 시즌 플레이오프(PO) 무대를 밟아 '명가'로 평가된 적도 있었다.

2004년 안준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7시즌 동안 매번 PO 진출했다.

챔피언결정전 진출만 세 차례 성공했다. 2005-2006시즌에는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2007-2008·2008-2009시즌에는 준우승했다.

이정현, 막지마!

호시절이 지나간 삼성이 나오기 힘든 '깊은 수렁'에 빠진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는 최근 네 시즌 동안 같은 양상의 경기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올 시즌 삼성은 '빠른 농구'와 거리가 먼 팀이었다.

평균 속공 횟수가 3.6회로 10개 팀 중 8위다. 삼성보다 낮은 팀은 5위 대구 한국가스공사(3.6회)와 2위 창원 LG(3.0개)로 두 팀 다 느리지만 상대적으로 정확한 농구를 추구해 좋은 성적을 냈다.

삼성은 동시에 올 시즌 가장 '불안정한 팀'이기도 하다. 평균 실책이 12.8개로 가장 많다.

문제는 속공이 나오지 않고, 실책은 많은 경기 스타일이 지난 3시즌에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삼성의 속공 횟수 순위는 2021-2022시즌부터 4시즌 동안 9위(3.4개), 9위(2.7개), 9위(2.8개), 8위(3.6개)였다.

반대로 실책 순위는 2위(12.0개), 3위(10.9개), 1위(11.7개), 1위(12.8개)였다.

이 네 시즌을 통틀어서 평균을 내도 삼성은 10개 팀 중 실책 1위(11.8개)에 속공 횟수 10위(3.1개)다.

이 기간 삼성에는 속공 시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플레이에 능한 가드와 포워드가 없었다.

자유계약(FA) 시장에 최준용(KCC), 양홍석(LG) 등 직접 리바운드를 잡은 뒤 상대 코트로 빠르게 넘어가는 역량이 뛰어난 포워드들이 나온 적이 있지만 자금 경쟁이 시작되면 삼성은 항상 뒤로 밀렸다.

곤란한 표정 짓는 이대성

4시즌 동안 삼성이 거액을 투자해 영입한 FA 선수는 속공보다 지공을 즐기고 도약력과 운동능력이 전성기보다 감퇴한 베테랑 가드 이정현, 그리고 이대성뿐이었다.

두 선수 모두 나이와 해외 진출 이력으로 보상선수나 보상금이 필요 없는 FA였다.

'출혈'을 최소화하겠다는 영입 기조 아래 소극적으로 변화를 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나마 이대성이 공을 직접 몰고 가서 과감한 마무리를 시도하는 유형의 선수지만,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아직 삼성 소속으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삼성 입단 후 에이징 커브를 겪는 이정현은 올 시즌 평균 실책 1위(2.8개)로, 삼성의 '무더기 실책'에 책임이 없지 않다.

4시즌 동안 '약한 속공과 잦은 실책'이 반복되는데도 이를 보완하는 스타일의 외국 선수를 데려오지 않는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삼성이 공격의 핵으로 삼은 코피 코번은 높이와 골 밑 장악력이 뛰어나지만, 기동력이 떨어지고 실책이 많은 선수다.

코번은 지난 시즌 평균 2.9개(3위)의 실책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평균 2.4개(7위)다.

리바운드 잡아내는 코피 코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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