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 모니터링 결과…과거부터 철도 진동 영향 지적
정비계획 수립 예정…국보·보물 26건 중 '수리' 1건·'주의 관찰' 22건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천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국보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올해 2월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중점 관리 대상 문화유산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했다.
국보 14건, 보물 12건 등 26건을 점검한 결과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E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22건은 C등급, 3건은 현재 조치가 진행 중인 유산으로 분류됐다.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법흥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탑이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이 탑은 국내에 남아있는 가장 크고 오래된 전탑(塼塔·흙으로 만든 벽돌을 이용해 쌓아 올린 탑)에 속하며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법흥사지 칠층전탑의 지붕에는 기와를 얹었던 흔적이 있다. 학계는 이것이 목탑을 모방해 전탑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입증해 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오래전부터 구조 안전 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1940년대 일제가 이 일대에 중앙선 철로를 놓으면서 오랜 기간 기차가 오갔고, 높이가 17m에 이르는 탑 주변으로 방음벽과 옹벽이 들어서기도 했다.
연구원의 '2023년 중점 관리 대상 문화유산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 운행에 따른 진동 문제는 여러 차례 거론된 바 있다.
연구원은 2013년 조사에서는 "철도 진동에 의한 훼손 및 분진·철가루 등에 의한 표면 오염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고, 2015년에는 "전반적으로 (탑이) 기울어져 보이며 철도 진동이 탑에 영향을 미침"이라고 진단했다.
2021년 결국 철길이 철거됐으나, 상태는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모니터링 결과를 설명하며 "(안동 법흥사지) 전탑은 2021년 철로 철거 이후 북서쪽으로 35㎜가량 기우는 변형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이어 "전돌 일부 균열 및 파손, 생물 피해 등의 손상이 관찰돼 보존 처리가 필요하다"며 "올해 종합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달 중 유관부서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결과를 알린 뒤, 6월께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올해 국보 13건, 보물 11건 등 24건의 문화유산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점검 대상에는 법흥사지 칠층전탑을 비롯해 서울 숭례문, 경북 경주 석굴암 석굴 등이 포함된다. 연구원은 새롭게 조사 대상이 된 경남 창녕 관룡사 약사전의 구조 변형 여부 등을 살펴보고, 흰개미 피해도 점검할 계획이다.
연구원은 2015년부터 국보, 보물 등 주요 문화유산을 점검하고 있다.
매년 중점 관리 대상 20∼30건을 정해 구조 안전, 보존과학, 생물 피해 상황을 확인한 뒤 A(양호)·B(경미 보수)·C(주의 관찰)·D(정밀진단)·E(수리)·F(즉시 조치) 등급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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