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 남은 화학무기 시설 100곳 이상 추정"

연합뉴스 2025-04-06 21:00:04

동굴 등에 은폐해 위성감시망도 피해…무장세력 손에 들어갈 위험

내전으로 파괴된 시리아의 다라야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축출한 시리아에 화학무기 시설이 아직도 100개 이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인용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화학무기 감시단체 OPCW에 따르면 시리아를 장기간 철권통치해 온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시리아 전역에는 100곳이 넘는 곳에 화학무기의 연구·제조·보관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OPCW는 국제 화학무기 비확산 전문가들과 회원국들이 공유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이런 추정치를 도출했다. 일부 시설은 정찰 위성으로도 파악하기 어려운 동굴이나 외딴곳에 은폐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드 정권은 13년에 걸쳐 내전을 치르면서 정적과 반대파, 시민들에게 사린가스와 염소가스 등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내전 초기 아사드 정권은 27개 시설의 위치를 OPCW에 신고했고 OPCW는 실사팀을 보내 이곳들을 폐쇄했지만, 아사드 정권은 적어도 2018년까지 화학무기를 계속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화학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전구물질들을 몰래 계속 수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아는 10여년 전에도 화학무기 비축 물량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OPCW는 시리아가 이를 지키지 않았으며 미확인 물량도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뒤에도 국제사회는 화학무기 재고와 생산시설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아사드 정권에 대항한 반군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레반트해방기구)이 아사드를 축출하고 새 정권을 수립한 뒤에도 내정 불안이 이어지면서 무장세력의 손에 이 화학무기 시설들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주 동안은 시리아의 해안 지역에서 친(親)아사드 무장조직들과 정부군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이런 우려가 더욱 커진 상태다.

시리아의 새 정부는 OPCW와 협력해 잔존 화학무기 시설을 찾아내 모두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밝혀왔다.

내전 당시 활약한 시리아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의 지도자 라에드 알 살레는 "아사드 정권이 OPCW에 거짓말을 했기에 아직 우리가 모르는 시설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얀 헬멧'은 시리아의 새 정부와 협력해 아사드 정권이 숨겨 놓은 화학무기시설을 찾아내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본부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