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국, 무고한 필리핀 유학생들 간첩으로 조작 체포"

연합뉴스 2025-04-06 15:00:04

中 '필리핀 스파이 3명 검거' 발표에 반발

중국 CCTV가 공개한 필리핀인 간첩 용의자 3명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중국 당국이 필리핀인 3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한 데 대해 필리핀 정부가 무고한 일반인을 간첩으로 조작했다고 반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대립하는 양국이 스파이 문제로도 맞서게 됐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국가안보회의(NSC)는 중국 당국에 간첩 혐의로 체포된 필리핀인 3명이 중국 남부 하이난성과 필리핀 팔라완주 간 협약으로 하이난성의 장학금을 받고 중국에 공부하러 간 유학생들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너선 말라야 필리핀 NSC 대변인은 "그들은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 필리핀 시민"이라면서 "단지 중국 정부의 초대로 중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범죄 기록이 없이 법을 준수하는 시민이며 중국에 도착하기 전에 중국 정부의 심사·검토를 받았다"면서 "이번 체포는 필리핀 법 집행 기관이 중국 요원과 공범을 합법적으로 체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중국 매체들은 데이비드 세르베네즈, 앨버트 엔덴시아, 나탈리 플리자르도 등 중국 체류 중인 필리핀인 3명이 중국군 관련 기밀 영상을 촬영하는 등 간첩 활동을 벌이다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붙잡힌 필리핀인의 자백을 담은 음성 녹음을 보도했다. 하지만 필리핀 NSC는 이 자백이 "각본에 적힌 것처럼 보이며, 이는 자백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이뤄지지 않았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밝혔다.

또 필리핀 외교부, 주베이징 필리핀 대사관과 협력해 체포된 3명이 적절한 법적 지원과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올해 초부터 필리핀 당국은 필리핀 군사 시설 등의 3차원(3D) 이미지, 무인기(드론) 촬영 영상 등 기밀 정보를 수집하고 대통령궁 주변 등지에서 휴대전화를 도청한 혐의 등으로 중국인 간첩 용의자 최소 12명을 체포했다.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