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美로 생산이전시 日산업공동화 우려"…日수출 5년간 25조원↓ 전망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을 상대로 강력한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일본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기업 대부분은 일단 관세가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일부 발빠른 기업은 관세 압박을 줄이기 위해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거나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 공장에서 미국 수출용 차량을 생산해 왔던 닛산자동차는 이르면 올여름부터 이 물량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닛산은 지난해 미국에서 약 92만 대의 차를 판매했는데, 그중 16%에 해당하는 15만 대를 일본에서 수출했다.
닛산이 미국 내 증산을 추진하는 차량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로그다. 후쿠오카현 공장에서는 로그를 연간 12만 대가량 생산해 왔다.
실적 부진에 빠진 닛산은 당초 미국 공장 생산량을 줄일 방침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감산 계획을 철회하고 증산을 결정했다.
닛케이는 "(수입차에 대한 25%의) 추가 관세 발동 후 일본에서 생산 이전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며 일본 공장 생산량이 줄어들면 중소 부품업체 등이 타격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닛산이 일본에서 기존 공급망을 유지하려면 연간 100만 대를 제조해야 하지만, 이미 생산량은 66만 대로 줄어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자동차 업체 중에 일본산 차량을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도요타자동차는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이 신문은 "다른 자동차 업체에서도 일본에서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 제품 출하액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10%에 해당한다"며 생산 이전은 GDP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본 산업의 공동화 대책 수립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닌텐도는 차세대 콘솔 게임기이자 '닌텐도 스위치' 후속 기종인 '닌텐도 스위치 2'의 미국 내 예약 판매를 연기했다. 닌텐도는 본래 오는 9일부터 449.99달러(약 66만원)에 닌텐도 스위치 2를 팔 계획이었다.
닌텐도는 6월 5일 닌텐도 스위치 2를 발매할 예정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으나, 미국에서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전했다.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를 기존에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에 46%에 이르는 상호 관세, 중국에 총 54%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또 미국에서 일본 식재료를 수입해 판매하는 슈퍼마켓과 식품 업체들도 미국 관세 인상이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한편, 국제무역센터(ITC)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일본 수출액이 2029년까지 170억 달러(약 24조8천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ITC는 특히 일본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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