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흡연 금지 이후 12년간 830명 적발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한라산에 불이 났어요!"
13년 전인 지난 2012년 4월 24일 오전 11시 53분께 제주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로 한 여성 등반객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한라산국립공원 내 해발 1천450m 사제비오름 인근에서 불이 난 것이었다.
불길은 초속 12m가 넘는 강한 바람을 타고 주변으로 번졌다.
당시 제주에 산불 진화용 헬기가 없었기 때문에 산림청 헬기는 물론 제주경찰청 헬기까지 긴급 투입됐다.
한라산국립공원 직원과 군부대 등 1천300여 명이 산불 진화에 나서며 지상과 공중에서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간신히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다.
불이 나기 사흘 전 한라산 일대에 6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나무와 풀, 흙이 말라 있지 않았던 것 역시 큰 도움이 됐다.
불은 소나무와 잡목, 조릿대 등 한라산 일대 2㏊를 태우고 2시간 만에 진압됐다.
소방당국은 당시 화재의 원인을 무심코 버린 담뱃불에 의한 실화(失火)로 추정했다.
1988년에도 한라산 해발 1천300여m 사라오름 남쪽에서 등반객이 버린 담뱃불이 원인으로 보이는 불이 나 7㏊가 불에 탄 적이 있다.
이들 2건의 한라산에서 발생한 큰 화재 모두 누군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에서 비롯됐다.
한라산 산불 위험은 1970년 한라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을 전후해 등산객이 많이 늘어나면서 해마다 더욱 커지고 있다.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야영·취사행위가 이어지면서 산불 위험이 항상 도사렸다.
중산간 지대에서 풀을 잘 자라게 하고 진드기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방목지대에 불을 놓는 풍습인 방애(불놓기·火入) 역시 문제가 됐다.
결국 방애는 1970년을 전후해 금지됐고, 1976년 버너 이외의 취사행위와 백록담 분화구 내 야영이 금지된 데 이어 1978년에는 백록담 분화구 출입 금지, 어리목·영실·돈내코·성판악·관음사 등 5개 코스 이외의 입산 행위 단속이 이뤄졌다.
1990년을 전후해서는 한라산 내 취사행위가 전면 금지된 데 이어 2013년부터는 흡연도 완전히 금지됐다.
한라산 흡연 행위는 근절됐을까.
2012년 발생한 한라산 화재 이듬해부터 한라산국립공원 내 금연이 시행돼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 등반객들이 있다.
2013년 첫해에는 10명만 적발돼 효과를 보는듯했으나 이듬해 85명으로 늘었고 2015년 53명, 2016년 62명, 2017년 48명, 2018년 76명, 2019년 117명이 적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하면서 2020년 55명, 2021년 32명으로 줄었다가 2022년 155명, 2023년 59명, 2024년 78명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2년간 한라산국립공원 내 흡연으로 인해 총 830명이 적발됐다.
한라산에서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 담배를 피우면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과거 적발 횟수에 따라 1차 10만원, 2차 20만원, 3차 3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2022년 10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같은 해 11월부터 1차 60만원, 2차 100만원, 3차 법정 상한액인 200만원으로 5∼6배로 상향됐다.
국립공원 내에서 성냥이나 라이터 등의 인화물질을 갖고 있기만 해도 흡연 적발과 동일한 수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제주도는 최근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고 연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봄철 산불 대비에 나섰다.
소방안전본부는 한식·청명(4월 3∼7일), 부처님 오신날(5월 2∼7일) 기간 특별 경계근무를 실시한다.
산림부서는 산불조심 기간(1월 25일∼5월 15일) 산불감시원(109명)과 진화대(112명)를 주요 오름 등에 배치하고, 무인감시카메라(27대)와 진화차량(34대)도 산불취약지 중심으로 전진 배치했다.
특히 지난달 22일 제주지역 산불재난국가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발령됨에 따라 산불위험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자치경찰단은 드론을 활용해 산불감시원 사각지대를 감시하고, 영농 폐기물 불법소각행위 단속에 나선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산불은 전국적으로 65%가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 주요 산불 원인으로는 소각 18%, 입산자 실화 15%, 담뱃불 12% 등 순으로 나타났다"며 "개인 부주의가 큰 원인인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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