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등 재논의해야" 강조…13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20일 궐기대회 개최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과 갈등 등 내부 분란 해소 과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김잔디 오진송 기자 = 의정 갈등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내부 비판을 받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대정부 전선의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의협은 탄핵 직후 정부와 논의 재개 의지를 내비치는 한편 이달 20일에는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고 투쟁에도 나설 계획이다.
다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 등 크고 작은 내부 분란을 정리해야 의정 갈등의 돌파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의협, 대통령 파면 계기로 전면 나설 듯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탄핵 인용을 계기로 잘못된 의료 정책들이 중단되고,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을 합리적으로 재논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냈다.
특히 "현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의료 농단 사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반드시 전문가 단체와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법정 의사 단체로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드러냈다.
탄핵 당일 저녁 연 긴급상임이사회에서도 의협은 다시 목소리를 낼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3일에는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20일에는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의협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난 1년 동안 전국 단위 집회를 자제해왔는데, 이제 전국 의사들이 한목소리를 낼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파면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돼 서로 상대가 명확해졌으니 제대로 된 얘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김택우 집행부가 꾸려진 이후 대정부 투쟁에서 손을 놓고 있다는 '내부 총질'을 받던 의협이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다시 전면에 나서는 셈이다.
의협 관계자는 "집행부가 액션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뭘 안 하고 있다고 불평하는 분들이 있는데, 계속해서 조용히 풀어가고 있었다"며 "대표자회의나 총궐기대회를 하는 건 그런 내부 단속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와 대정부 투쟁을 병행함으로써 의정 갈등의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 'SNS 논란' 전공의 대표 교체 요구도…의료계 내분 봉합이 관건
의정 갈등의 종식을 위해 내부적으로는 의정 사태 기간 누적된 내부 갈등의 해소라는 과제도 남아있다.
의사 사회에서는 의협 부회장을 겸하는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라며 복학 의대생을 비판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 내분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는 그간 박 위원장이 의대 교수들과 갈등을 빚고, 사직 전공의들과 소통이 부족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이참에 전공의 대표를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어 갈등 봉합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 2일 열린 의협 상임 이사회에서는 박 위원장의 SNS 글이 복학에 대한 의대생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의협의 공식 입장을 해쳤다는 지적이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 브리핑에서 "박 위원장의 SNS 글은 저희(의협)도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내부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갈등이 있는 것은 맞지만 갈등이 표출되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집행부가 그만큼 다양한 의견을 받을 준비가 돼있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협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박 위원장의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박 위원장이 교수, 의사 선배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보니 전공의 대표를 교체하는 것이 의료계 의견을 모으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의 사직 전공의는 "박 위원장의 '작품'인 전공의 7대 요구안은 타당성이 부족한데도 한 사람의 고집 때문에 수정이 되지 않고 있다"며 "허상 같은 요구안을 계속 붙잡고 있어 사태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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