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민주당發 의료개혁 재현?…공공의대 등 곳곳 갈등 지뢰밭

연합뉴스 2025-04-06 08:00:10

文정부 때 의대증원 추진했다 의사 반발 직면…시민사회 지지에도 원점 철회

복지부, "개혁 지속" 방침…尹탄핵 당일에도 의료개혁특위 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김잔디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시에도 의정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 시절이던 5년 전 민주당이 이미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시도해 의사들과 치열하게 다퉜고, 현재도 의사 단체들이 극렬히 반대하는 공공의대 설립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헌법과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5월 말∼6월 초에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됐다.

탄핵에 앞서 1∼3일 진행된 한국갤럽의 여론 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명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정권 교체 여론이 우세했다.

통상 보수 지지층인 의사들마저도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개혁을 추진한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해온 만큼 탄핵 이후 의정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까 하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여론 조사 결과처럼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에도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0년 문재인 정권은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 정원을 4천명 늘리려다가 의사 집단의 격렬한 반대 때문에 계획을 물려야 했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도 민주당은 원론적 수준에서 의료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강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도 의정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윤석열 정권의 '2천명 증원'을 터무니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의대 정원 증원의 방향이나 지향은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2027년부터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정원 논의과정에서 갈등이 지금처럼 크지 않을 수 있으나 공공의대 설립의 경우 정권 교체 시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 격려하는 이재명 대표

공공의대 신설은 민주당의 지난해 총선 공약으로, 의사 단체들이 의대 증원만큼이나 반대하는 정책이다.

민주당 전체 의원 170명 중 71명은 지난해 7월 2일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필수 의료지역에 근무할 공공의사의 양성을 위해 공공보건의료대학·대학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게 이 법률안의 핵심으로, 공공의대 학생들은 졸업 후 의료 취약지역의 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의무로 복무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도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정부의 의지를 수시로 물어왔다.

공공의대 설립을 지지해온 시민단체나 보건의료단체는 여전히 의료 공공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헌재의 탄핵 결정 직후 "지나치게 의사·대형병원 중심으로 추진된 제한적인 의료 개혁을 의료 공공성의 가치를 중심에 둔 올바른 개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민주당과 이전에도 부딪혀온 만큼 이번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정부와 전문가 단체는 끊임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년 넘게 개혁에 몰두해온 보건복지부는 일단은 의료 개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는 탄핵 결정 직후 "기존에 발표한 의료 개혁 후속 조치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며 "지역·필수의료 개선을 위한 의료 개혁이 차기 정부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잘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복지부는 탄핵 결정 당일에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보건의료 면허신고제, 의료 윤리·임상 역량 지원 방안, 면허 재교부 요건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를 두고 의협 관계자는 "대통령 유고인 상황에서 당연히 대통령 직속 특위가 멈추는 게 맞는 건데, 뭘 열심히 하겠다는 식인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의료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잖나. 제대로 논의하고, 다 열어놓고 대화하자고 얘기하는 중인데, 복지부가 이러면 특위를 빨리 해체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이달 13일에는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20일에는 전국의 의사들이 모이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