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거래가도 하락세 멈춰…中이구환신 정책 등에 수요 견조
마이크론 등 가격 인상 움직임…'메모리 업사이클' 진입 기대 확산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반도체 시장 선행지표로 통하는 메모리 D램 현물 가격이 상승세를 굳히며 업황 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다.
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주류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1.951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3일에 기록한 올해 최저치인 1.722달러 대비 한달 새 13.3% 상승했다.
작년 7월 하순부터 반년 넘게 약세 흐름을 이어가던 D램 현물 가격은 지난달 초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D램 현물 가격은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가격이다. 통상 4∼6개월 후 기업 간 거래 가격인 고정 거래 가격에 수렴해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한다.
일일 가격 등락으로 향후 가격 추세를 단언하기는 어려워도 시장 매매 심리를 즉각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 큰 폭으로 하락한 D램 고정 거래 가격도 하락세를 멈춘 상태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8Gb의 3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1.35달러로, 작년 11월부터 5개월 연속 보합세를 이어갔다.
최근 견조한 메모리 수요는 중국 소비 촉진 정책 이구환신(以舊換新) 효과, 미국 관세 시행을 앞두고 급증한 메모리 출하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구환신 정책으로 스마트폰 채널 재고의 소진이 확인되고, 딥시크 이후 관련 수요 증가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며 "관세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물동량도 증가해 메모리 가격 하락은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1분기 삼성전자 실적을 전망하는 시장 눈높이도 오는 8일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다소 높아졌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간 발표된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결과, 현재 삼성전자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25.17% 감소한 4조9천430억원이다.
당초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원대가 대세였으나 이달 들어 KB증권(5조8천억원), 하나증권(5조4천억원), SK증권(5조3천억원) 등이 5조원대로 제시했다.
메모리 업황 회복 조짐에 D램 가격 인상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격 인상은 업사이클(호황기) 신호탄으로도 통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대 메모리사인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고객사와 채널 파트너사에 D램 일부 제품군의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
삼성전자도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메모리칩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D램과 낸드 공급이 수요 회복 속도를 크게 하회하며 고객사들의 긴급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4월부터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경쟁사의 D램 가격 인상 움직임에도 고객 수요를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밝힌 바 있다.
메모리 업황이 개선되는 분위기는 포착되지만 미국 관세 정책 등의 여파로 아직 시장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다.
반도체는 일단 25%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빠졌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대상 품목 관세를 조만간 도입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상호관세 제외 품목이지만 IT 기기에 대한 관세는 면제되지 않았다"며 "대부분 세트 조립이 중국,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에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