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재판 방해하려고 유족들에 신체적 위해 가할 위험"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체포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마약과의 전쟁' 희생자 유족들에 대해 살해 위협 등 사이버 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을 가하자 유족들이 가해자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마약과의 전쟁 희생자 4명의 유족과 이들을 대리하는 인권변호사 크리스티나 콘티는 전날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에 온라인 괴롭힘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콘티는 특정 두테르테 지지 블로거 등이 희생자 유족들을 가짜 피해자로 몰아붙이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온라인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족들에 대한 온라인 위협이 신체적 위해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콘티는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사라지면 두테르테에 대한 소송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면서 "두테르테의 지지자나 동료가 재판을 방해하거나 그의 무죄를 얻어내기 위해 이 증인들의 뒤를 쫓을 수 있는 실제적인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피살돼 마약과의 전쟁 희생자로 추정되는 18세 소년 에프라임 에스쿠데로의 유족 페이스북에는 최근 "돈을 받고 두테르테를 허위 비방했다"는 등의 비난 댓글·메시지가 쏟아졌다.
에스쿠데로의 유족은 "그들(두테르테 지지자들)은 정말 우리를 저주한다"면서 "어떤 이는 심지어 '중독자는 참수당해야 한다. 그냥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팩트체크 단체 'Tsek.ph'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ICC에 체포됐을 무렵에 페이스북 계정·페이지 최소 200곳이 그의 체포가 납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동일한 메시지를 잇따라 게재했다.
또 조작된 내용을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피해자로 옹호하는 카드 뉴스, 영상 등이 퍼졌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로 압송됐으며, 수감 상태에서 조사받고 있다.
그는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이던 2011년부터 대통령 재임 중인 2019년까지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초법적인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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