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마법은 질의와 행동에 관련된 다른 두 가지 틀거리와 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바로 과학과 종교이다."
크리스 고스든 영국 옥스퍼드대 유럽고고학 교수의 신간 '마법의 역사'(시공사)는 마법이 인간 사회는 물론 과학과 종교와 어떻게 연결돼 작동했는지를 탐구한 '마법 문화사'다.
저자는 수십 년에 걸친 고고학적 연구를 통해 마법이 단순한 미신이나 환상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하나의 방식으로 기능해 왔다고 설명한다. 독실한 유대인들은 '맨드레이크'로 불리는 식물의 뿌리로 악마를 물리치는 마법의 약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고, 아이티의 부두교도들은 영생을 꿈꾸며 좀비 주술을 발전시켰다.
저자는 이러한 마법 의식이 종교와 과학의 토대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마법과 과학, 종교를 대립 구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삼중 나선 구조'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상호 보완의 관계 속에서 마법은 인류에게 공감하는 특성을, 종교는 우주의 규모와 아름다움에 관한 경이로움을, 과학은 기술과 능력을 제공해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마법과 과학이 많은 공통점을 지녔다고 주장한다. 둘 다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사람들이 세계의 작동으로부터 혜택을 누리는 방법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과학이 좇는 우주의 힘(에너지)은 영혼이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마법의 주장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짚는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인류가 신을 숭배하기 시작한 후에도 사람들은 다양한 마법 기술을 발전시켰다. 저자는 "마법과 종교는 서로의 관행을 주고받으면서 끊임없이 소통하는 가까운 사촌 관계"라고 규정한다.
고고학자인 저자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과 문헌, 의례적 관습 등을 통해 마법의 존재를 실증적으로 추적하는 작업에도 나선다. 중국 상나라의 점복과 유럽 르네상스의 연금술, 아프리카의 주술 등을 도판과 표, 삽화를 곁들여 풍성하게 소개한다.
추선영 옮김. 6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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