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은 4일(현지시간) 자신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 관련 청탁을 거부한 일로 해임당했다고 주장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와이넷 등 보도에 따르면 바르 국장은 이런 내용의 서한을 고등법원에 제출했다. 고등법원은 이스라엘 야권이 제기한 바르 국장 해임 무효 소송을 심리하고 있다.
부패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매주 정기적으로 법원에 출석해 증언해야 하는데, 재판을 미뤄 이를 회피할 수 있도록 국가안보와 관련한 사유를 법원에 제공해달라고 바르 국장에게 부탁했다는 것이다.
바르 국장은 이를 거절했다가 네타냐후 총리와 사이에 신뢰가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리 측근에 대한 형사사건 수사가 이뤄지는 민감한 시기에 서둘러 해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다음 기관장도 정치권의 눈 밖에 날 경우 잘릴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르 국장은 또 자신의 해임으로 신베트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이는 신베트를 '비밀경찰'로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바르 국장의 주장을 가리켜 "극심한 이해 상충으로 오염됐다"며 "총리가 기관 권한을 부적절하게 행사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총리실은 "이스라엘과 총리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고려해 법정 증언을 허용하는 방안을 총리가 신베트와 논의했다"면서도 증언을 어디에서 할지에 대해서만 대화가 오갔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친이란 무장세력의 미사일·로켓 공격에 수시로 노출돼 있으며 작년 10월에는 네타냐후 총리 자택도 헤즈볼라가 쏜 무인기(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달 20일 이스라엘 내각은 네타냐후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바르 국장 해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이튿날 고등법원은 야당과 시민사회가 제기한 해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내각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바르 국장은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자극하는 극우파 각료의 행동을 비판하고, 하마스 기습을 허용한 근본 원인을 내각에 돌리며 네타냐후 총리와 불화했다.
특히 그가 이끄는 신베트는 최근 네타냐후 총리 주변 인사들이 하마스와 밀접한 카타르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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