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재명 대세론 맞서 김동연 경제전문가로 차별화…김영록은 저울질
국힘, 리더십 공백 속 오세훈·홍준표 출마 채비…이철우·유정복 등도 거론
(전국종합=연합뉴스)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함에 따라 여야의 잠룡으로 꼽히는 광역단체장들도 본격적인 경선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에 맞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제전문가로 차별화하며 경선 모드에 돌입할 예정이며, 재선의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리더십 공백 속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도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보궐선거(조기 대선)가 치러질 경우 광역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기준 30일 전에 사퇴해야 하며,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 민주 비명계 김동연, 일찌감치 광폭행보…김영록도 출마 고심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당내 경선 일정에 맞춰 이르면 다음 주 초나 중반에 경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선 중 지사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지사는 탄핵 정국에서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 안에서 다양한 후보들이 나와서 경쟁을 할 것이고 또 제가 나가게 된다면 저도 최선을 다해서 이기도록 당연히 노력할 것"이라고 출마를 시사해 왔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압도적 당내 우위에 대해서는 "지금의 흙탕물이나 안개가 걷히면 옥석 구별이 될 것"이라며 자신을 '흠 없는 경제전문가 후보'로 내세워 사법 리스크를 안은 이 대표와 차별화하기도 했다.
도지사 취임 이후 지난 2월 중순까지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를 14차례 찾아 공을 들였고 지난 2월 말에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김 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남수 전 경기도 정무수석과 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전 기획재정부 2차관) 등이 외곽조직을 꾸리는 등 김 지사 주변은 이미 경선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옛 친문(친문재인)계 출신 비명계 인사인 전해철 전 국회의원에게 경기도의 정책 자문기구인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기고, 비명계 고영인 전 국회의원을 경제부지사에, 윤준호 전 국회의원을 정무수석에 각각 임명하는 등 정무라인을 정비한 바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경우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이 발표된 이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치권을 비판하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최근 출마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윤 대통령 파면과 관련한 대도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대선 출마 시점에 대한 질문에 "도민의 의견을 들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대선 출마를 지렛대로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3선에 도전할 수 있고, 차기 중앙정부서 중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대표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항소심 재판이 열리는 서울고등법원을 찾아 격려하는 등 친명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 국힘 오세훈·홍준표 조기 대선모드…尹 파면에 '정중동'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실상 일찌감치 조기 대선 준비 모드로 들어갔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개헌 이슈를 주도하고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민주당 이 대표를 향해 매일 같이 공세를 폈다.
최근에는 국가 운영 철학과 비전을 담은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출간하며, 'KOrea Growth Again(KOGA·다시 성장하는 대한민국)'라는 구호를 국가발전 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일단 '저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에 부정적인 보수 강성 지지층을 고려해 당장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오 시장은 탄핵심판 선고 전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국정 수습을 위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으나 이날 탄핵 인용 결과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현직 서울시장 신분인 것도 행동반경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자칫하면 대권 준비에 몰두하느라 시정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경선에 뛰어든다면 시장직을 사퇴하지 않고 그동안 쌓인 연차를 활용해 경선 일정을 치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난 4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오늘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페이스북을 기록한 책과 '제7공화국 선진대국시대를 연다'라는 책을 탈고했다"며 "이번 제7공화국 책은 제가 꿈꾸는 미래 대한민국을 그려 보았다"고 썼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조기 대선을 하든 정상적인 대선을 하든 모든 경우를 상정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자신의 온라인 소통채널 '청년의꿈'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에서 "대선이 만약 생기면 시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탄핵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3월 중순이 넘어가면 우리 팀은 당 도움 없이 차기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준비를 끝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는 홍 시장이 조만간 시장직을 내려놓고 당내 경선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동안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자신의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는 답을 피해 왔다.
탄핵이 인용된 이날에도 대선 출마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현재 대형 산불로 경북 5개 시군에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나 피해조사와 4천여명에 이르는 이재민 구호, 복구 등에 전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어서 당분간 대선 관련 언급을 하거나 준비 행보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지사가 계속 대선 잠룡으로 거론돼온 만큼 산불 피해를 복구하면서 서서히 대선을 위한 당내 경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조기 대선 참여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론 "아직은 선수로 뛸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시장의 유보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치권에선 "정치 지형이 변한다면 박 시장이 언제든 대선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시장은 최근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명령'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올해 들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에 취임한 이후 분권형 개헌안을 마련해 공표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와 출마가 거론된다.
유 시장은 인천과 서울에서 '저자와의 만남' 형식으로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정치인은 '오직 대한민국, 오직 국민, 오직 미래'만을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며 "오늘을 내일의 번영으로 잇기 위해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잇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충청권에서는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잠룡으로 거론되는데 현재까지 차기 대선과 관련해 직접적인 출마 의사를 내비친 적은 없다.
김 지사는 탄핵 정국 들어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기하고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권력 구조를 개편해야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는데 충청권을 대표하는 후보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권유가 직간접적으로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수희 형민우 신민재 한무선 김소연 윤보람 최찬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