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파면] "국민이 승리"·"민주주의 지켰다" 방방곡곡 환호(종합)

연합뉴스 2025-04-05 00:00:13

숨죽이며 헌재 선고 지켜보던 시민들 '환호성'…尹지지자는 "억장 무너진다" 탄식

"민주주의 회복됐으면"…일상 회복·조기 대선 기대감 드러내며 눈시울 붉히기도

태극기 들고 행진하는 시민들

(전국종합=연합뉴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11시 22분께 헌재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하자 전국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광장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탄핵 선고를 지켜본 국민들은 탄핵 정국이 끝났다는 기쁨과 동시에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지역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탄핵 결정에 대해 아쉬워했다.

마침내 탄핵의 순간

◇ "민주주의를 지켰다"…전국 방방곡곡 울려 퍼진 환호

지난해 연말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던 거리는 이날 시민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 모인 2천500여명(주최 추산)의 시민들은 문 권한대행의 선고가 끝나기도 전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파면'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올리며 손뼉을 치거나 환호성을 내기 시작했다.

줄곧 고대하던 탄핵이 확정된 순간 시민들은 "파면이다!", "와, 탄핵!"이라며 짧은 함성과 함께 서로를 얼싸안거나 하이 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곧이어 들리는 광주 출정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주먹을 쥐어 올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춥고 길었던 투쟁의 날을 회상한 듯 일부 시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광주 전일빌딩에 걸려있던 '광주가 온다! 파면이 온다!'는 현수막이 내려가고 '지켰다 민주주의! 고맙다 광주정신!'이라는 현수막이 전일빌딩 245에 새롭게 내걸렸다.

따뜻한 봄볕 아래 태극기와 단체별 깃발이 광장 한복판에서 휘날리면서 마치 축제 한마당이 열리듯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같은 시간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자 참가자들은 어깨동무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소리를 질렀다.

청주 충복도청 앞에선 시민 150명이 숨죽이며 선고 중계를 보다가 파면 선고가 나오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거나 두손을 가슴에 모으고 눈물짓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 밖에도 경남 창원 성산구 창원광장, 대구 중구 동성로 CGV 한일극장 앞, 경기 수원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 앞, 전북 전주 풍패지관 앞,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 네거리, 강원 강릉 월화거리와 춘천 거두리 사거리, 제주시청 앞 등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선고를 숨죽여 지켜보던 시민들은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지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의 승리"라고 외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구지역 시민 김수경(21) 씨는 "드디어 탄핵이 됐구나 싶다. 너무 좋다"며 "헌재소장이 대통령이 잘못한 점들을 이야기하길래 인용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시민 강모(48)씨는 "이번 파면은 국민이 승리한 것"이라며 "긴 시간 동안 국민이 길거리에 나와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싸웠고 지켜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 "억장이 무너진다"·"계엄은 하면 안 되는 일"…의견 엇갈리기도

탄핵 결정을 두고 시민 간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서문시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대한 목소리가 찬·반으로 갈렸다.

이날 시장 안에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 화두는 단연 파면 소식이었다.

여기저기서 "탄핵 됐는데 우야겠노(어쩌겠나)", "뉴스 봤냐?", "누가 해도 잘해야 한다" 등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71)씨는 "파면돼서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박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과거 윤 전 대통령이 방문해 칼국수를 먹은 곳이다.

그는 "일이 바빠서 탄핵 선고 소식을 몰랐다가 가게 방문한 손님 통해서 알게 됐다"며 "오늘 파면 관련해서는 말하기도 싫다"고 했다.

파면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침구류 등을 판매하는 60대 조모 씨는 "진즉에 8 대 0 만장일치 인용을 예상했다"며 "계엄은 하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도시에서도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윤 전 대통령 외가로 알려진 강릉 월화거리에 모여 탄핵 선고 중계를 보던 100여 명의 시민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다만 파면 결정 이후 강릉지역 식당 등에 모여 점심을 먹던 주민 일부는 '잘못된 결정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탄식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 일가가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이 있는 충남 논산 노성면 주민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파평 윤씨 일가 대부분은 대통령의 파면 소식에 되도록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으나, 일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윤여신(69) 씨는 "너무 슬프다. 대통령이 본인 영달을 위해 계엄을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최후의 수단으로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헤아렸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평생을 노성면에서 살았다는 김모(77) 씨는 "윤씨 가문에서,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면서 남편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며 "본인도 큰일 하려고 대통령 된 건데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어쩌다 이리됐는지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전했다.

대통령 외가 강릉의 기뻐하는 주민들

◇ 일제히 기자회견 연 시민사회 단체…"민주주의 아침이 왔다" "시민이 이겼다"

전국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탄핵 선고 이후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의 결정을 반겼다.

윤석열즉각퇴진 울산운동본부,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충북비상시국회의, 경남비상행동, 대구시국회의, 군포비상행동, 부산비상행동, 인천평화복지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제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 윤석열정권퇴진강원운동본부 등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주도해온 단체들은 이날 광장에서 시민들과 기쁨을 나눴다.

윤석열즉각퇴진 울산운동본부는 "시민이 이겼다"며 "내란 우두머리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선거 일정이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를 새롭게 만들 일정이 놓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충북비상시국회는 "드디어 내란의 밤이 끝나고 민주주의 아침이 왔다"며 "윤석열의 즉각 구속, 공모자에 대한 처벌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비상행동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독재의 망령을 물리치고 또 한 번 승리했다"며 "손에 손잡고 승리를 위해 전진해 온 모든 시민께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참여연대는 "국민이 심판한 것"이라며 "내란 세력 심판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 수립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설악권 주민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속초 시내에서 떡을 나눠주기도 했다.

윤석열즉각퇴진 울산운동본부도 이날 저녁 울산시민대회를 열고, 탄핵 인용 축하의 의미를 담은 '파면 떡' 500인분을 나눠 줄 예정이다.

광주비상행동, 대구시국회의, 경남비상행동 등도 늦은 저녁까지 대통령 탄핵 환영 행사 개최를 예고했다.

'드디어 탄핵…기뻐하는 이들'

◇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간다"…尹 지지자 "차기대선 좋은 대통령 뽑는 데 집중"

시민들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는 한편 조기 대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국 각지 언론사들은 호외를 발행하며 대통령 탄핵 인용 소식을 발 빠르게 전달했다.

전북지역 직장인 유경희(30) 씨는 "그간 불통 대통령 아래에서 모든 국민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잘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대학생 김정우(23) 씨는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진 순간 너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났다"며 "하루빨리 민주주의가 회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헌재의 전원 일치 판결에 대해 안도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전지역 한 변호사는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해 다행"이라며 "헌재가 정치권, 국회의 잘못을 함께 지적한 것을 보면 이번 윤 대통령 파면 이후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던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 5·18 민주광장을 찾은 김형일(67) 씨는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기각이니 각하니 불안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전원 일치로 파면돼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춘천지역 탄핵 생중계 현장에서 만난 한 대통령 지지자는 "기류 상으로 며칠 전부터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아쉽다"며 "결과에 승복하고, 차기 대선에서 좋은 대통령을 뽑는 데 집중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 지켜보는 광주 고등학생들

(김솔 김근주 정회성 이성민 정종호 최수호 강영훈 김재홍 나보배 홍현기 이주형 변지철 유형재 류호준 기자)

ryu@yna.co.kr